본문 바로가기
상속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선택, 자필증서 유언과 공정증서 유언의 모든 것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2. 4.

평생을 바쳐 일구어낸 소중한 재산,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남은 가족들이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인이 떠난 후 남겨진 재산을 두고 형제간에, 혹은 부모 자식 간에 법적 분쟁을 벌이는 일이 우리 주변에서 적지 않게 일어납니다. 이러한 비극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하고 지혜로운 방법은 바로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을 남기는 것입니다.

 

많은 분이 유언장은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회장님만 쓰는 것이라 생각하거나, 단순히 종이에 몇 자 적어서 책상 서랍에 넣어두면 된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법에서 정한 엄격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유언장은 단순한 편지에 불과하여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오늘은 우리 민법이 인정하는 유언의 방식 중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자필증서 유언과 공정증서 유언의 작성법과 장단점, 그리고 관련 판례를 통해 주의해야 할 점을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가장 간편하지만 가장 위험한 선택, 자필증서 유언

 

자필증서 유언은 말 그대로 유언자가 직접 손으로 써서 남기는 유언입니다. 비용이 들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 작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장 널리 이용되는 방식입니다. 비밀 유지가 쉽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하지만 '간편함' 뒤에는 '엄격함'이 숨어 있습니다. 민법 제1060조는 유언은 본 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필증서 유언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전문(내용 전체), 연월일, 주소, 성명 이 네 가지를 반드시 유언자가 직접 자필로 쓰고, 그 옆에 날인(도장 찍기)을 해야 합니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70대 남성 김 씨는 자녀들에게 남길 유언장을 컴퓨터로 작성하여 출력한 뒤, 날짜와 이름을 자필로 쓰고 도장을 찍어 금고에 보관했습니다. 이 유언장은 유효할까요? 결론은 무효입니다. 유언의 내용(전문)을 자필로 쓰지 않고 타이핑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건 하나만 빠져도 유언장 전체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소 기재와 관련하여 많은 실수가 발생합니다. 이와 관련한 2014. 9. 26. 선고 201271688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건에서 유언자는 유언장에 자신의 주소를 암사동에서라고만 기재했습니다. 구체적인 번지수나 아파트 동, 호수를 적지 않은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주소는 유언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유언장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중요한 요건이므로, 행정구역 명칭인 동까지만 기재한 것은 주소를 기재했다고 볼 수 없어 해당 유언장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따라서 자필유언을 할 때는 반드시 주민등록상 주소를 번지수와 동, 호수까지 빠짐없이 기재해야 합니다.

 

날인 또한 중요합니다. 도장이 없다면 지장(손도장)을 찍어도 무방합니다. 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283230 판결에서는 유언자가 이름 옆에 도장 대신 무인(지장)을 찍은 경우에도 유효한 날인으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서양식 사인(Signature)은 우리 민법상 날인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자필증서 유언의 또 다른 단점은 사후 절차의 번거로움입니다. 유언자가 사망한 후 유언장을 집행하려면 가정법원에 검인이라는 절차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는 상속인들이 모두 모여 유언장의 존재와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인데, 이 과정에서 유언장의 필체가 고인의 것이 맞는지 다툼이 생기거나, 요건 미비로 무효가 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2. 비용은 들지만 가장 확실한 선택, 공정증서 유언

 

공정증서 유언, 흔히 유언공증이라 불리는 방식은 자필증서 유언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유언자가 증인 2명이 참여한 상태에서 공증인(변호사)에게 유언의 내용을 말하면(구수), 공증인이 이를 받아 적고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입니다.

 

공정증서 유언의 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법적 효력과 신속한 집행입니다. 공증이라는 공적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위조나 변조의 위험이 거의 없고, 내용이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리됩니다. 무엇보다 유언자가 사망했을 때 자필유언처럼 법원의 검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유언 집행자는 공증 사무실에서 집행문을 발급받아 곧바로 등기 이전이나 예금 인출 등 상속 집행을 할 수 있어 남은 가족들의 번거로움을 크게 덜어줍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유언할 재산 가액에 비례하여 공증 수수료가 발생하며, 증인 2명을 섭외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이때 증인은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그리고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수증자) 및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은 될 수 없으므로, 보통 가족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이나 친척 중에서 선정해야 합니다.

 

공정증서 유언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유언자가 구수(말로 설명함)를 제대로 했느냐입니다. 건강이 악화되어 말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공정증서 유언이 가능할까요?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51550 판결을 참고할 만합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이 의식이 명확한 상태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유증할 의사를 밝혔고, 공증인이 개별 부동산에 대하여 불러준 후 유증의사가 맞는지 확인하였으며, 유언공정증서의 내용을 낭독하고 이의 여부를 확인한 후 망인의 자필서명을 받은 점에 비추어 유언자의 구수가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비록 공증인이 미리 유언내용을 필기하여 왔고 이를 낭독하였더라도 유언자의 구수내용을 필기하여 낭독한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 사건 유언은 민법 제1068조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유효하다고 본 것입니다. , 의사소통만 명확히 된다면 거동이 불편하거나 말을 길게 하기 힘든 환자도 공정증서 유언을 남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3. 나에게 맞는 유언 방식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할까요? 이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만약 재산 규모가 크지 않고 가족 관계가 원만하며,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다면 자필증서 유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앞서 설명한 전문 자필, 날짜(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이라는 5가지 요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는지 수차례 확인해야 합니다. 주소는 반드시 상세 주소까지 적고, 사인 대신 도장이나 지장을 찍어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반면, 재산 규모가 크거나 종류가 복잡한 경우, 혹은 가족 간에 재산 분쟁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라면 비용이 들더라도 공정증서 유언을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전문가인 공증 변호사가 법적으로 문제없는 문구를 작성해 주므로 유언 내용이 불분명하여 생기는 해석상의 다툼을 막을 수 있고, 사망 직후 즉각적인 집행이 가능하여 상속인들 사이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