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속

손자에게 빚이 대물림된다고? 대습상속에서 꼭 주의해야 할 3가지 함정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2. 5.

가족을 잃은 슬픔은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현실적인 법률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훗날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면 상속 관계는 매우 복잡해집니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아들이 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을 때 며느리와 손자가 대신 상속받는 대습상속의 기본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얼핏 보면 남겨진 가족을 보호하는 합리적인 제도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상황으로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법적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습상속과 관련하여 많은 분이 오해하고 있거나, 자칫하면 큰 빚을 떠안을 수 있는 주의사항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며느리와 사위의 상속권, 재혼이 가르는 운명

 

대습상속에서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배우자의 상속 자격입니다. 우리 민법은 혈족이 아닌 인척인 배우자에게도 대습상속권을 인정합니다. 이는 혼인을 통해 형성된 가족 관계를 존중하고, 남편(또는 아내)을 잃은 배우자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이 권리는 영구적인 것이 아닙니다.

 

핵심은 인척 관계의 유지 여부입니다. 인척 관계는 혼인이 해소되면 종료되는데, 사별 자체만으로는 인척 관계가 끝나지 않지만, 재혼을 하게 되면 전혼 관계가 완전히 종료됩니다.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철수 씨의 아들이 3년 전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느리는 홀로 어린 손녀를 키우며 시부모님인 김철수 씨 부부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며느리가 최근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김철수 씨가 사망하여 10억 원의 유산을 남겼습니다.

 

이때 며느리는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받을 수 없다입니다. 며느리는 재혼을 함으로써 김철수 씨 가문과의 법적 인척 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시부모님을 봉양했더라도, 상속 개시 당시(김철수 씨 사망 시점)에 재혼한 상태라면 상속권은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손녀는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중요한 반전이 있습니다. 며느리의 상속권은 사라지지만, 손녀의 대습상속권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손녀는 김철수 씨와 핏줄로 이어진 직계비속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재혼 여부와 상관없이 할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들이 받았어야 할 상속분 전액을 재혼한 며느리는 받지 못하고, 손녀가 단독으로 대습상속받게 됩니다.

 

2. 빚의 대물림, 어린 손주가 파산할 수도 있다

 

대습상속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채무의 상속입니다. 상속은 재산뿐만 아니라 빚도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약 할아버지가 막대한 빚을 남기고 돌아가셨다면, 그 빚은 대습상속인인 며느리와 손자에게 그대로 넘어갑니다.

 

많은 분이 이 부분을 간과합니다. 남편이 죽었으니 나는 시댁 재산이나 빚과 상관없겠지라고 생각하거나, 어린 손자에게 무슨 빚이 가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큰 낭패를 봅니다.

 

사례를 봅시다. 사업을 하던 이영희 씨가 5억 원의 빚을 남기고 사망했습니다. 이영희 씨의 장남은 이미 2년 전에 사망했고, 유족으로는 며느리와 5살 난 손자가 있었습니다. 이영희 씨의 다른 자녀들(차남, 장녀)은 아버지의 빚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상속포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며느리는 자신과 아들은 이미 남편이 죽었으니 상속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채권자들은 며느리와 5살 손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들에게 빚을 갚으라고 판결했습니다. 차남과 장녀가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죽은 장남의 몫은 대습상속인인 며느리와 손자에게 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대습상속인이 된 경우에도 일반 상속인과 똑같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만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미성년자인 손자가 빚을 떠안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신용불량자로 살아가야 할 수 있으므로,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어머니)의 신속한 대처가 필수적입니다.

 

3. 상속포기와 대습상속의 위험한 혼동

 

가장 까다롭고 많은 분이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상속포기와 대습상속의 관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녀가 상속을 포기해서 손자가 상속받는 것은 엄밀히 말해 대습상속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자가 재산(또는 빚)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며,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합니다.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만 발생합니다. 상속포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박 사장님이 10억 원의 빚을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유일한 아들인 박 군은 빚을 받기 싫어서 법원에 상속포기를 신청했습니다. 박 군은 내가 포기했으니 빚은 사라지거나 친척들에게 가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박 군의 어린 아들(박 사장님의 손자) 앞으로 빚 독촉장이 날아왔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아들 박 군이 상속을 포기하면 그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면 상속 순위는 다음 순위로 넘어갑니다. 1순위 상속인은 직계비속(자녀, 손자녀)이므로, 자녀인 박 군이 빠지면 그다음 직계비속인 손자가 1순위 상속인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를 본위상속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를 대습상속과 혼동하여 아들이 포기하면 며느리와 손자에게 빚이 간다고 표현하곤 하지만, 법적으로는 손자가 독자적인 상속인이 되는 것입니다. (며느리는 직계비속이 아니므로 이 경우에는 상속받지 않습니다.)

 

이 함정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할아버지의 빚을 막기 위해 아버지가 상속을 포기할 때는, 반드시 자녀(손자)들도 함께 상속을 포기해야 합니다. 만약 손자가 너무 어려서 판단 능력이 없다면 부모가 법정대리인으로서 대신 포기 신청을 해야 합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가족 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하여 채무의 연쇄 고리를 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