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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먼저 돌아가셨다면? 대습상속의 모든 것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2. 5.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상속 문제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상속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녀들이 재산을 물려받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만약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면, 그 후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재산은 어떻게 될까요?

 

먼저 사망한 자녀의 배우자(며느리나 사위)와 그 아이들(손자녀)은 상속권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을 대신해서 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 민법은 이러한 경우 남겨진 가족들의 생계를 보호하고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대습상속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대습상속의 개념과 요건, 그리고 실제 대법원 판례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대습상속이란 무엇인가요?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자녀)이나 형제자매가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분, 예를 들어 할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상속 결격 사유로 인해 상속권을 잃었을 때, 그 사람의 직계비속(손자녀)이나 배우자(며느리, 사위)가 그 순위를 갈음하여 대신 상속받는 제도를 말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할아버지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었고, 그 아들은 결혼하여 아내(며느리)와 딸(손녀)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로 아들이 할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습니다. 그 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원래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받았을 상속분을 며느리와 손녀가 대신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습상속입니다. 만약 이 제도가 없다면 며느리와 손녀는 가장의 죽음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에서 할아버지의 유산마저 받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 법은 이를 방지하여 남겨진 가족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2. 대습상속이 인정되는 중요한 요건들

 

대습상속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엄격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원래 상속인이 될 자격이 있었던 사람(피대습자)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이거나 형제자매여야 합니다. , 할아버지의 재산을 손자가 대신 받거나, 형의 재산을 조카가 대신 받는 경우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먼저 사망한 경우에는 대습상속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둘째, 피대습자가 상속 개시 전, 즉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먼저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바로 동시사망의 경우입니다.

 

비행기 추락 사고나 교통사고 등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1초라도 먼저 사망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대습상속이 안 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명확한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01. 3. 9. 선고 9913157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장인어른과 그 딸()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하여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사위는 자신이 아내를 대신하여 장인어른의 재산을 대습상속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다른 상속인들은 민법상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되려던 자가 상속 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라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동시에 사망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민법 제1001조의 상속 개시 전에는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습상속 제도가 피대습자의 상속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고 공평을 꾀하기 위한 것이므로, 굳이 동시 사망의 경우를 제외하여 사위나 손자녀를 빈털터리로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같은 사고로 동시에 사망하더라도, 며느리와 손자는 아버지를 대신해 할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대습상속을 받는 사람(대습자)은 피대습자의 직계비속(자녀)이나 배우자여야 합니다. 이때 배우자는 상속 개시 당시에도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아들이 사망한 후 며느리가 재혼했다면, 며느리는 인척 관계가 종료되어 대습상속권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재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었다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정당하게 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대습상속분의 비율

 

대습상속을 받는다면 얼마나 받게 될까요? 원칙적으로 사망한 사람이 받았어야 할 몫을 그대로 물려받습니다. 다만 대습상속인들끼리 상속분이 나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10억 원의 재산을 남겼고 상속인으로 아들 A, B가 있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원래대로라면 AB가 각각 5억 원씩 받습니다. 그런데 아들 A가 먼저 사망하고 A의 가족으로 아내(며느리)와 자녀 1(손자)이 남았다면, A의 몫인 5억 원을 며느리와 손자가 나누어 갖게 됩니다. 이때 배우자는 자녀보다 50%를 더 가산해서 받으므로, 며느리와 손자의 상속 비율은 1.5 1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며느리는 3억 원, 손자는 2억 원을 대습상속받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