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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상속포기각서, 썼다고 안심하면 큰일 납니다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2. 3.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재벌가 자제들이 혹은 형제간의 우애를 위해 상속포기각서에 도장을 찍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현실에서도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이나 직후에 가족 간의 합의로 이런 각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재산에 욕심 없으니 장남이 다 가져가라거나 부모님 빚이 많으니 나는 상속을 안 받겠다는 내용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작성한 각서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많은 분들이 각서만 믿고 있다가 나중에 막대한 빚을 떠안거나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곤 합니다. 오늘은 상속포기각서의 효력과 올바른 상속포기 절차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부모님 생전에 쓴 각서는 휴지 조각입니다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피상속인, 즉 부모님이 아직 살아계실 때 미리 작성하는 상속포기각서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사업 자금을 큰아들에게 미리 대주면서 다른 자녀들에게 너희는 나중에 내 유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 판례는 상속 개시 전, 즉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작성한 상속포기각서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보고 있습니다. 상속권이라는 권리 자체가 부모님이 사망하는 순간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권리를 미리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부모님 생전에 아무리 공증까지 받은 각서를 썼다 하더라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그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각서를 쓴 자녀도 당당하게 법정 상속분에 따른 재산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각서 때문에 상속을 못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녀에게 갑자기 빚이 상속될 수도 있습니다.

 

2. 부모님 사망 후에 쓴 각서의 의미

 

그렇다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형제들끼리 모여서 쓴 각서는 어떨까요? 이때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상속이 개시된 후, 즉 부모님 사망 후에 작성한 상속포기각서는 상속재산 분할협의서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법원에 정식으로 상속포기를 신청한 것은 아니지만, 가족들끼리 나는 재산을 안 가질게라고 약속한 계약서로는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삼남매가 있는데, 부모님이 남긴 아파트 한 채를 막내 동생이 갖기로 합의하고 첫째와 둘째가 상속포기각서를 써주었다면, 이는 유효한 합의가 됩니다. 막내는 이 각서를 근거로 아파트를 자신의 단독 명의로 등기할 수 있습니다.

 

3. 각서만 믿다가 빚더미에 앉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고인이 재산뿐만 아니라 빚(채무)을 남겼을 때 발생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상속포기각서와 관련된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가족들끼리 쓴 상속포기각서는 어디까지나 가족 내부의 약속일뿐입니다.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채권자들에게는 이 각서가 통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1억 원의 빚을 남겼습니다. 형제들은 의논 끝에 형편이 조금 나은 장남이 아버지의 모든 재산과 빚을 떠안기로 하고, 나머지 동생들은 상속포기각서를 썼습니다. 동생들은 이제 아버지 빚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안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몇 달 뒤, 은행에서 동생들에게 아버지 대출금을 갚으라는 소장이 날아올 수 있습니다. 동생들은 우리는 각서를 쓰고 상속을 포기했다라고 항변하겠지만, 법적으로 이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 동생들은 여전히 법정 상속인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끼리 빚을 누가 갚기로 했는지는 은행이 알 바가 아니며, 은행의 동의 없이 채무자를 맘대로 바꿀 수도 없습니다.

 

결국 동생들은 재산은 하나도 못 받았으면서 아버지의 빚은 법정 상속분만큼 갚아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단순승인이라고 합니다. 각서를 썼다는 행위가 오히려 상속 재산을 처분하거나 협의한 것으로 간주되어, 빚까지 모두 상속받겠다고 승낙한 꼴이 되는 것입니다.

 

4. 진짜 상속포기는 법원에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빚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종이 조각에 불과한 각서를 믿지 말고, 가정법원에 정식으로 상속포기 심판 청구를 해야 합니다.

 

우리 민법은 상속포기의 절차와 기간을 엄격하게 정해두고 있습니다. 상속인은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절차를 통해 법원으로부터 상속포기 수리 심판문을 받아야만 비로소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렇게 되어야만 은행이나 다른 채권자들이 돈을 갚으라고 찾아왔을 때 법원 결정문을 보여주며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5. 요약 및 결론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모님 생전에 쓴 상속포기각서는 법적으로 무효입니다. 나중에 다시 상속을 요구하거나 빚이 상속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 사망 후에 쓴 각서는 재산을 나누는 협의서로서의 효력은 있지만, 빚을 피하는 수단은 되지 못합니다. 재산만 포기하고 빚은 그대로 떠안게 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빚을 포함한 모든 상속의 권리와 의무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정식으로 상속포기 신청을 해야 합니다.

 

상속 문제는 가족 간의 신뢰나 구두 약속만으로 처리하기에는 금전적 위험이 너무나 큽니다. 특히 빚이 관련된 경우라면 각서 한 장으로 해결하려 하지 마시고, 반드시 법적 절차를 밟아 확실하게 마무리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잠깐의 번거로움이 평생의 빚 부담을 막아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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