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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민법 제1026조 제3호에 따른 단순승인 간주 여부 판단 기준 (4) : 망자를 위한 천도재 비용, 한정승인자에게 독이 된 이유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2. 2.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 고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치르는 천도재. 종교적 의미나 유족의 정성으로 행해지는 이 의식이, 뜻밖에도 한정승인의 효력을 무효화시키고 상속인들을 빚더미에 앉게 만드는 법적 화근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망인의 계좌에서 천도재 비용을 인출하여 사용한 행위가 왜 민법 제1026조 제3호의 '상속재산의 부정소비'로 간주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상속인들의 운명이 어떻게 갈렸는지를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50144 판결을 통해 상세히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1. 사건의 배경: 망인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인출된 천도재 비용

 

망인 D는 생전에 은행과 마이너스 통장 대출 약정을 맺고 거래하던 중 20112월 사망했습니다. 유족인 아내 A와 자녀 B, C는 망인의 빚이 재산보다 많을 것을 우려하여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했고, 이는 20121월 적법하게 수리되었습니다.

 

문제는 한정승인 신고 후 수리되기 전인 20117월에 발생했습니다. 자녀 중 한 명인 C가 망인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천도재 비용 명목으로 550만 원을 인출하여 무속인에게 지급한 것입니다. 또한 세무서로부터 망인의 통장으로 환급된 조세 과오납금 약 100만 원도 인출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채권자(은행)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상속인들이 한정승인 후에 상속재산을 부정소비했으므로, 이는 한정승인이 아닌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따라서 망인의 대출금 전액을 상속인들의 고유 재산으로 갚아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2. 핵심 쟁점 1: 천도재 비용은 상속비용(장례비)인가?

 

피고(상속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천도재 비용은 망인을 위한 의식이므로 장례비용에 포함되는 '상속비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법상 상속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인출해 쓴 것은 정당한 행위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장례비용이 상속비용에 해당하는 것은 맞지만, 천도재가 장례에 필수적으로 부수되는 절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사회 통념상 반드시 치러야 하는 장례 절차라기보다는 유족의 개별적인 종교적 의식이나 선택에 가깝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천도재 비용을 장례비용에 준하는 상속비용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상속재산에서 지출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3. 핵심 쟁점 2: 마이너스 통장에서 뺀 돈도 '상속재산'인가?

 

피고들은 또 다른 주장을 펼쳤습니다. 민법 제1026조 제3호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은 적극재산(플러스 재산)만을 의미하는데,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뺀 것은 빚(소극재산)을 늘린 것일 뿐 적극재산을 없앤 것이 아니므로 부정소비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했습니다.

법원은 '상속재산의 부정소비'란 상속재산의 가치를 상실시키는 행위를 의미하며, 여기에는 적극재산을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상속 채무를 부당하게 증가시켜 상속재산 전체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해석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면 그만큼 망인의 빚이 늘어나게 되므로, 이는 결국 상속재산에 손해를 가한 부정소비 행위가 맞다는 것입니다.

 

4. 핵심 쟁점 3: 누가 알고 관여했는가? (운명이 갈린 상속인들)

 

이 판결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부정소비 행위에 가담했는지 여부에 따라 상속인들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사실입니다.

 

(1) 자녀 C (인출 당사자): 단순승인 의제

직접 돈을 인출하고 천도재를 주도한 C는 변명의 여지 없이 부정소비의 당사자로 인정되어 한정승인의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2) 배우자 A (동조자): 단순승인 의제

고령인 아내 A는 직접 돈을 뽑지는 않았지만, 천도재 현장에 있었고 자녀 C와 상의하여 천도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공모 또는 관여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결국 A 역시 한정승인이 무효가 되어 단순승인자로 간주되었습니다.

 

(3) 자녀 B (무관한 자): 한정승인 유지

반면, 다른 자녀 B1985년부터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고 장기간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B가 한국에서 벌어진 천도재나 예금 인출 사실을 알았거나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B에게는 부정소비의 책임을 물을 수 없어 한정승인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5. 판결의 결과: 빚의 굴레를 쓴 자와 벗어난 자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① 단순승인이 된 AC: 망인의 대출금 채무 전액에 대해 자신의 고유 재산으로 갚아야 하는 무한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A가 소송 중 사망하여 그 상속인들이 책임을 승계)

② 한정승인이 유지된 B: 망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으면 되는 유한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 A의 사망으로 인해 A의 채무를 다시 상속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책임을 지게 됨)

 

6. 결론: 한정승인자의 엄중한 의무

 

이 판례는 한정승인자가 상속재산을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종교적 의식 비용은 신중해야 합니다. 천도재, 49재 등의 비용은 법적으로 장례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비용을 상속재산에서 지출하면 부정소비로 몰려 한정승인이 취소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상속인 고유의 재산으로 지출해야 합니다.

 

마이너스 통장 사용은 금물입니다. 망인의 계좌가 마이너스 통장이라면, 거기서 돈을 빼는 행위는 빚을 늘리는 행위로서 명백한 부정소비가 됩니다. 한정승인 후에는 망인의 계좌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모르는 가족은 보호받습니다. 부정소비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거나 몰랐던 다른 상속인에게까지 연대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한순간의 효심으로 치른 천도재가 남은 가족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빚을 남길 수 있습니다. 상속 절차, 특히 한정승인 이후의 재산 관리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철저하고 보수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족을 지키는 가장 지혜로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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