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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253. 대학을 졸업하면 재산을 물려주겠다. 조건부 유언도 가능할까?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7. 15.

1. 유언의 조건부 기재와 민법상 허용 범위

 

유언자가 자신의 사후 재산 분배에 있어 단순히 상속인을 지정하는 것을 넘어, 상속인이 특정한 행위를 하거나 일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재산을 넘겨주겠다고 명시하는 것을 조건부 유언이라 합니다. 우리 민법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유언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춘 유언에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이러한 조건은 크게 정지조건과 해제조건으로 나뉩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아파트를 물려주겠다는 형태는 조건이 성취된 때로부터 유언의 효력이 발생하는 정지조건부 유언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반면 이미 재산을 주되 나중에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반환하게 하는 방식은 해제조건부 유언에 해당합니다.

 

2. 정지조건부 유언의 효력 발생 시점과 권리 승계

 

대학 졸업을 조건으로 내건 유언은 민법 제1073조의 일반 원칙과 조건 성취의 법리가 결합되어 작동합니다. 유언은 원칙적으로 유언자가 사망한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하지만, 정지조건이 붙은 경우에는 그 조건이 유언자의 사망 후에 성취된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아버지가 대학 졸업 시 건물을 주겠다고 유언하고 사망했다면, 자녀는 아버지가 사망한 즉시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실제로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소유권 이전 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를 얻게 됩니다. 만약 조건이 성취되기 전에 상속인이 사망한다면 해당 유언은 효력을 잃게 되며, 반대로 유언자가 사망하기 전에 이미 자녀가 대학을 졸업했다면 이는 조건 없는 일반 유언과 동일하게 사망 즉시 효력이 발생합니다.

 

3. 부담부 유증과의 차이점

 

조건부 유언과 혼동하기 쉬운 개념으로 부담부 유증이 있습니다. 민법 제1088조에서 규정하는 부담부 유증은 상속인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대신 특정한 법률적 의무를 지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 강아지를 죽을 때까지 돌봐준다면 건물을 주겠다는 식의 유언입니다. 조건부 유언은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권리가 발생하는 반면, 부담부 유증은 상속인이 재산을 물려받음과 동시에 의무를 이행해야 할 책임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상속인이 부여된 부담(의무)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다른 상속인들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래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유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4. 조건부 유언의 증명 책임과 법원의 엄격한 판단

 

실무 현장에서는 유언장에 명시적인 조건이 기재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송 과정에서 특정 이해관계인이 해당 유언은 조건부였다고 주장하며 그 효력을 다투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상속인이 큰 수술을 앞두고 작성한 유언입니다.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38503 판결 및 대법원 1998. 6. 12. 선고 9738510 판결의 사례를 보면, 상고인은 해당 유언증서가 망인이 신장 수술을 앞두고 수술 도중 사망하는 것을 조건으로 작성한 조건부 유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을 회복했다면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것이므로 유언은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유언장의 문언상 그러한 조건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함부로 조건부 유언으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위 판례들에서 대법원은 해당 유언증서가 조건부라거나 이후 망인이 이를 철회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보아, 유언의 유효성을 그대로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 조건의 존재 여부를 대단히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판단한다는 사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5. 형식적 요건을 갖출 것

 

비록 대학 졸업과 같은 유효한 조건을 걸었다 하더라도, 유언장 자체가 민법 제1066조가 정한 자필증서의 엄격한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 조건은 논의할 가치도 없이 무효가 됩니다. 유언의 요식주의는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절대적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9768 판결은 연월만 기재하고 구체적인 날짜()를 적지 않은 유언장은 유언자의 진의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25103 판결은 유언자의 날인이 누락된 유언장은 자필증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271688 판결 역시 주소를 번지수까지 상세히 적지 않고 동까지만 기재한 경우 주소 자서 요건 불비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조건부 유언을 남기고자 한다면, 조건의 문구보다 우선하여 연월일, 주소, 성명 자서 및 날인이라는 법정 형식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6. 불법조건 및 반사회적 조건의 금지

 

모든 조건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151조에 따르면 조건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 때에는 그 법률행위 전체가 무효가 됩니다. 예를 들어 재혼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상속하겠다거나, 특정 범죄를 저지를 것을 조건으로 하는 유언은 인륜에 반하거나 개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불법조건에 해당하여 유언 자체가 효력을 상실합니다. 대학 졸업이라는 조건은 상속인의 성실한 학업 이수를 장려하는 긍정적인 성격을 띠므로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유효한 조건으로 평가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7. 기한부 유언과의 구별

 

조건은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대학 졸업 등)에 기반하는 반면, 기한은 장래에 반드시 발생하는 사실을 기준으로 합니다. 내가 죽고 10년이 지나면 재산을 주겠다는 식의 유언은 기한부 유증에 해당합니다. 기한부 유증은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조건부 유언과 마찬가지로 유언자의 사망과 기한 도래 사이의 기간 동안 상속 재산의 관리와 수익권 귀속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므로 실무상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8. 명확한 문언과 증거 확보의 필요성

 

결론적으로 대학 졸업을 조건으로 하는 유언은 법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유효합니다. 다만, 사후에 이를 단순한 소망의 표현으로 치부하거나 반대로 수술 등 특수한 상황과 결부된 조건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유언장 내에 조건의 성취 기준과 시점을 대단히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유언장의 형식적 요건 중 단 하나라도 어긋나면 조건의 유효성을 따져보기도 전에 유언장 자체가 폐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필증서의 경우 봉투에 주소를 적더라도 전문과의 일체성이 인정되면 유효할 수 있으나, 가급적이면 본문 내에 모든 요건을 정갈하게 자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조건부 유언은 조건이 성취될 때까지 상속 재산의 소유권이 공백 상태에 놓이거나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관리하에 있게 되므로, 그 기간 동안의 관리 비용이나 수익 배분에 대해서도 미리 유언장에 명시해 두는 것이 남겨진 가족들의 불필요한 분쟁을 막는 가장 지혜로운 대처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