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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250. 대법원 판례로 짚어보는 자필증서 유언의 효력 요건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7. 9.

1.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가장 흔히 사용되는 유언방식

 

사람이 생을 마감하기 전 자신의 재산 분배 등에 관하여 남기는 의사표시인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 후에야 비로소 그 법적 효력이 발생합니다. 사후에는 유언자의 진정한 의도를 다시 묻거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민법 제1065조부터 제1070조는 유언의 방식을 매우 엄격하게 통제하는 요식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엄격한 규정이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하게 확정하고, 불명확한 의사표시로 인하여 사후에 상속인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심각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일관되게 판시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문서에 담긴 내용이 고인의 진정한 의사에 완벽하게 부합한다는 점이 주변인들의 증언 등으로 밝혀지더라도, 법률이 정한 요건과 방식에 단 하나라도 어긋난 유언은 법적으로 무효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유언 방식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입니다. 민법 제106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이 방식을 선택한 유언자는 반드시 유언의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직접 손으로 자서하고 마지막에 날인까지 마쳐야만 적법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관한 각 사례별로 어떤 경우 효력이 인정되고 부인되는지, 대법원 판례를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연월일 기재의 구체성과 작성일 특정의 중요성

 

자필유언증서에 기록되는 연월일은 단순히 문서를 작성한 날짜를 의미하는 것을 넘어 대단히 중대한 사법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 날짜는 유언자가 문서를 작성하던 당시에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유언 능력의 유무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척도가 됩니다. 또한, 한 사람이 생전에 여러 장의 유언증서를 남겼을 경우 어느 문서가 가장 마지막에 작성된 유효한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유언 성립 선후 결정의 핵심 기준일로 작용합니다.

 

그러므로 작성 연월일은 반드시 그 작성일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재되어야만 합니다.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9768 판결은 연도와 월만 적혀 있고 구체적인 날짜인 일의 기재가 누락된 자필유언증서의 효력을 다루었습니다. 이 사안에서 유언자는 유언장에 200212월이라고 작성 연월만 기재하였는데, 대법원은 정확한 작성일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당 유언증서를 무효라고 선고하였습니다.

 

해당 유언자가 훗날인 2005517일에 자신의 인감증명서를 관공서에서 발급받아 유언증서에 첨부하였고, 그 인감증명서의 사용용도란에 02-12-유언서 사실확인용이라고 직접 적어 넣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사후 행위만으로는 200212월 중의 특정한 어느 날이 유언장의 작성일로 새롭게 삽입되었다거나, 혹은 작성의 연월일 자체가 2005517일로 변경되었다고 법리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무효 판결을 유지하였습니다.

 

3. 도장 날인의 필수 요건과 지장(무인)의 법적 효력 인정

 

자필증서 유언의 마지막 요건인 날인 역시 빈번하게 누락되어 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유언의 내용을 모두 손으로 정성껏 적고 날짜와 주소, 이름까지 기재했더라도 성명 옆에 도장을 찍는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전체가 무효가 됩니다.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25103 판결은 유언자의 날인이 없는 유언장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며 이 요건이 선택 사항이 아님을 재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날인의 구체적인 방식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동사무소에 등록된 인감도장이나 정식으로 파낸 막도장을 사용해야만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38503 판결은 유언 전문 말미에 인장 대신 유언자 본인의 지장을 찍는 무인의 방법으로 날인한 경우에도 법적 효력이 온전히 유효하다고 인정하였습니다.

 

4. 주소 기재에 관한 사례

 

유언자가 주소를 자서하지 않았다면, 설령 유언자가 누구인지 특정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법정 요건에 어긋나 유언의 효력을 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요구되는 자필 주소는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행정청에 등록된 공식적인 주소지일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민법 제18조에서 정한 생활의 근거지가 되는 곳으로서 다른 장소와 명확하게 구별될 수 있을 정도의 표시를 갖추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행정 구역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기재하면 생활 근거지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271688 판결의 사안을 살펴보면, 한 망인이 2005년경 모든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자필로 작성하면서 말미에 연월일, 주민등록번호, 성명을 기재하고 날인한 뒤 그 옆에 암사동에서라고만 적었습니다. 대법원은 망인이 실제 아들의 암사동 주소지에 거주한 사실이 인정될 수 있다 하더라도, 유언장에 기재된 암사동에서라는 문구만으로는 다른 주소와 구별될 수 있는 구체적인 생활 근거지를 명확히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해당 유언장을 무효로 판결하였습니다.

 

반면 주소를 기재하는 위치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38503 판결에 의하면 유언자의 주소를 반드시 유언 전문과 동일한 종이에 기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사안에서 망인은 유언증서의 전문을 작성한 다음 이를 따로 준비한 봉투에 넣어 봉함하였고, 그 봉투 뒷면에 자신의 구체적인 주소를 기재하였습니다. 법원은 유언증서 전문과 봉투의 일체성이 인정되는 이상, 그 전문을 담은 봉투에 주소를 적었더라도 민법이 요구하는 주소의 자서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 유언의 효력을 인정하였습니다.

 

5. 자필증서 본문의 오기 정정 방식

 

자필로 문서를 써 내려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글자를 틀리게 적는 일이 발생합니다. 유언증서에 문자를 새로 삽입하거나 기존 글자를 삭제 또는 변경할 때에는 민법 제1066조 제2항의 엄격한 규정에 따라 유언자가 그 위치에 직접 자서하고 날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 9738503 판결은 증서의 기재 자체로 보아 명백한 오기를 정정함에 지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정정 부분에 날인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문맥상 누가 보아도 단순한 오탈자를 수정한 것이라면 유언자가 그 정정 부분에 따로 날인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훼손할 우려가 없으므로 유언의 전체적인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6. 유언의 사후 검인 절차 및 재산 일부의 처분과 철회 여부에 대해

 

모든 요건을 갖추어 적법하게 작성된 유언은 사후에 법원에서 진행되는 유언장 검인이나 개봉 절차에 의해 그 운명이 좌우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9738503 판결은 민법 제1091조 제1항에 규정된 유언증서에 대한 검인이 유언 방식에 관한 물리적 사실을 조사하여 위변조를 막고 보존을 확실히 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에 불과할 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유언증서의 실체적인 효력 유무를 심판하는 절차가 아니며, 봉인된 증서를 확인하는 민법 제1092조의 개봉 절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요건을 구비한 유언증서는 검인이나 개봉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유언자의 사망에 의하여 곧바로 그 법률적 효력이 발생합니다.

 

유언장이 작성된 이후 망인의 생전 행위로 인하여 유언이 철회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중요한 분쟁 거리입니다. 대법원 9738503 판결은 망인이 유언증서를 작성한 후 다른 사람과 재혼을 하였다거나, 유언증서에서 특정인에게 유증하기로 명시했던 여러 재산 중 일부를 생전에 처분한 사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남아있는 다른 재산에 관한 유언까지 전부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특정 자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나머지 자산에 대한 유언의 법적 생명력까지 소멸시키지는 않는다는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