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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243. 상속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가?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6. 24.

1. 상속개시의 절대적이고 유일한 원인인 피상속인의 사망

 

재산과 채무를 포함한 포괄적인 권리 및 의무가 타인에게 승계되는 상속이라는 법률 효과는, 우리 민법 제997조에 따라 오직 피상속인의 사망이라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사실에 의하여만 발생합니다. 이는 개인의 권리능력이 숨을 거두는 순간 완전히 소멸하고, 주인을 잃은 재산권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상속인에게 관념적으로 이전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집이나 땅을 물려주셨다며 이를 생전 상속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명백히 잘못된 법률 용어입니다. 살아있는 사람 사이의 재산 이전은 아무리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법률상 증여라는 계약 행위로 취급될 뿐이며, 결코 상속이 개시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세법의 적용에 있어서도 상속세가 아닌 증여세가 적용되므로, 상속의 개시는 반드시 자연인의 생물학적 죽음 내지는 법률이 죽음으로 간주하는 특별한 절차를 통해서만 시작되는 것입니다.

 

2. 생물학적 자연사의 판정 기준과 시간적 선후의 중대성

 

상속이 시작되는 가장 원칙적인 형태는 인간의 호흡과 심장 박동이 영구적으로 정지하는 자연사입니다. 의료진의 사망 진단이나 시체 검안을 통해 가족관계등록부에 사망 일시가 기록되며, 바로 그 시점에 상속이라는 법률관계가 즉각적으로 개시됩니다.

 

이때 사망의 시점을 분과 초 단위까지 정밀하게 확정하는 것은 단순히 행정적인 절차를 넘어 유산의 향방을 완전히 뒤바꾸는 대단히 중대한 의미를 지닙니다. 재산을 물려받을 자격, 즉 상속인이 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에 단 1초라도 살아 숨 쉬고 있어야만 권리능력이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갑()과 을() 슬하에 아들 A가 있고, A의 배우자 B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갑과 A가 같은 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만약 갑이 밤 11시 정각에 숨을 거두고 아들 A가 밤 1130분에 사망했다면, 갑이 사망한 11시 정각에 A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나마 살아있었으므로 아버지의 재산을 적법하게 물려받는 상속인이 됩니다. 그리고 30분 뒤 A가 사망하면, 아들이 방금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 재산은 다시 A의 배우자인 B와 을에게 재차 상속되는 구조를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A가 밤 10시에 먼저 사망하고 갑이 11시에 사망했다면, 아들의 재산을 B와 갑, 을이 함께 상속하고, 갑이 사망하면 B가 대습상속인으로서 A가 을과 함께 상속받을 상속분을 받게 되어, 상속의 방향이 전혀 다르게 진행됩니다.

 

3. 동일한 위난과 동시사망의 추정 법리

 

재난이나 대형 사고 현장에서는 가족이 함께 참변을 당했음에도 누구의 숨이 먼저 끊어졌는지 의학적으로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 알 수 없다면 앞서 설명한 시간적 선후 관계를 따질 수 없어 유산 배분이 무한정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민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동시에 사망한 사람 사이에서는 단 1초의 선후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서로가 서로를 상속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아버지와 딸이 함께 사망하고 시간의 선후를 밝히지 못했다면, 아버지는 딸의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고 딸 역시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지 못합니다.

 

대법원 2001. 3. 9. 선고 9913157 판결은 이 동시사망 상황에서 대습상속의 적용 여부에 관한 대단히 중요한 법리를 확립하였습니다. 해당 판결은 원래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먼저 사망한 경우에만 대습상속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그 상속인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상속인을 갈음하여 대습상속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사안은 비행기 사고에서 아버지와 딸이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어 딸이 아버지의 재산을 직접 상속받지는 못하더라도, 남겨진 딸의 남편과 어린 자녀는 사망한 딸의 권리를 대신 넘겨받아 할아버지의 재산을 대습상속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4. 생사불명 상태의 법적 정리, 실종선고와 상속의 개시

 

시신을 확인한 자연사와 달리, 사람이 실종되어 생사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남겨진 가족들은 재산을 처분하지도 나누지도 못하게 됩니다. 이를 구제하기 위해 생사불명자를 법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하여 상속을 개시시키는 제도가 바로 실종선고입니다.

 

민법은 실종의 원인에 따라 기간을 나누어 규정합니다. 일반적인 가출이나 연락 두절과 같은 보통실종은 생사가 불분명해진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해야 하며, 침몰한 선박에 탔거나 추락한 항공기에 탑승한 경우, 혹은 전쟁에 참전하는 등 사망의 개연성이 대단히 높은 특별실종은 위난이 종료된 날로부터 1년만 경과하면 가족들이 가정법원에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의 심리를 거쳐 실종선고의 심판이 확정되면, 해당 실종자는 법률상 사망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여기서 상속이 언제 개시되는가 하는 시점의 문제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실종선고를 법원이 내린 날짜에 상속이 시작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법률은 실종기간 5년 또는 1년이 만료되는 그 시점에 실종자가 사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므로, 상속 역시 법원의 선고일이 아니라 과거의 실종기간이 꽉 차서 만료되었던 그 날짜로 거슬러 올라가 소급하여 개시되는 것으로 법률관계가 정리됩니다.

 

5. 재난 현장에서의 인정사망과 가족관계등록부의 정리

 

실종선고가 법원의 엄격한 재판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과 달리, 행정관청의 보고에 의하여 사망을 처리하고 상속의 문을 여는 제도가 인정사망입니다. 수해, 화재, 건물 붕괴 등의 끔찍한 재난 현장에서 시신을 물리적으로 찾지는 못하였으나 주변 정황과 목격자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해당인의 사망이 기정사실로 확실시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87조에 따라, 재난 현장을 조사한 관공서가 시···면의 장에게 사망 사실을 통보하면 행정기관은 이를 근거로 즉시 가족관계등록부에 사망의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인정사망으로 기록이 올라가는 순간, 그 장부에 기재된 사망 연월일을 기준으로 피상속인의 상속 절차가 전면적으로 개시됩니다. 다만 실종선고가 사망으로 간주하여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는 것과 달리, 인정사망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 효력에 그칩니다. 따라서 훗날 그 사람이 멀쩡히 살아 돌아온 사실이 확인된다면, 복잡한 재판 취소 절차 없이도 생존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 사망의 기록을 지우고 이미 진행되었던 상속 재산의 분배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열려 있습니다.

 

6. 태아의 권리 보호와 상속능력의 특수성

 

피상속인이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는 순간에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자는 오직 살아 숨 쉬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한 가지 예외가 존재합니다. 바로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태아입니다. 피상속인인 남편이 임신한 아내를 두고 급작스럽게 사망했을 때, 원칙대로라면 태아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상속인이 될 수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민법 제1000조 제3항은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태아의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 상속이 개시되는 사망 시점에 아직 태아의 형태라 할지라도, 법률상으로는 이미 세상에 태어난 1순위 상속인으로 취급하여 태아의 몫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이 권리가 확정되기 위한 유일한 조건은 태아가 훗날 단 1초라도 살아서 출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강하게 태어나 첫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아버지가 사망했던 과거의 시점으로 소급하여 상속인의 자격을 소급 취득하게 됩니다. 반면 안타깝게도 유산되거나 사산되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면, 법률은 그 태아가 처음부터 상속인의 자격을 가진 적이 없는 것으로 취급하여 남겨두었던 태아의 몫을 다른 유족들의 지분에 맞추어 다시 배분하게 됩니다.

 

7. 상속개시의 장소적 기준과 법적 관할의 확정

 

상속이 언제 개시되는가 하는 시간적 기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어디서 개시되는가 하는 장소적 기준입니다. 민법 제998조는 상속은 피상속인의 주소지에서 개시된다고 명확하게 못 박고 있습니다.

 

피상속인이 평소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거주하다가 여행 중 부산의 병원에서 객사하였거나 미국의 친척 집에서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상속이 개시되는 법적인 장소는 변함없이 고인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서울이 됩니다. 이 장소적 기준은 훗날 유족들 사이에 유산 배분을 두고 갈등이 격화되어 소송이 벌어졌을 때, 어느 지역의 가정법원에 재판을 청구해야 하는지 그 관할권에 대한 기준이 됩니다. 피상속인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이 상속 재산의 분할 심판을 담당하는 권한을 갖게 되므로, 시간과 장소의 정확한 확정은 유산이라는 방대한 권리 이동의 첫 단추를 꿰는 가장 중대한 법률적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