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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패륜 상속인도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있을까? 신설된 상속권 상실 선고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3. 11.

오랜 기간 부모를 방치하거나 학대한 자녀가 부모의 사망 직후 나타나 자신의 몫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이른바 패륜 상속인 문제는 오랫동안 사회적 공분을 샀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그에 따른 민법 개정안을 통해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상속권 상실 제도가 본격적으로 마련되었습니다. 변경된 법적 기준과 억울한 상황을 방어하는 구체적인 절차를 핵심만 짚어 설명해 드립니다.

 

1. 과거 법 체계의 모순과 제도의 맹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재산을 살아있을 때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죽기 전 유언을 통해 원하는 사람에게만 남겨줄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전 재산을 특정인에게만 몰아주어 남겨진 아내와 다른 자식들이 하루아침에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법이 개입하여 남은 가족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몫을 챙겨주도록 만든 제도가 바로 유류분입니다.

 

취지는 훌륭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보장하는 강력한 권리였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부모를 폭행하거나 수십 년간 연락을 끊고 부양 의무를 철저히 저버렸더라도, 심지어 부모가 유언장으로 저 아이에게는 단 1원도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더라도, 부모가 사망하면 그 자녀는 당당하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다른 형제들의 재산을 빼앗아 갈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법 조항에는 자녀가 부모나 형제를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의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단순히 불효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권리를 빼앗을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2.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시대의 변화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소송이 제기되었고, 마침내 20244월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관련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재판부의 논리는 매우 명확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의 일정 몫을 무조건 떼어주도록 강제하는 것은, 가족 간의 연대와 부양의 의무를 다했을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심각하게 학대한 사람에게까지 기계적으로 재산을 나누어 주도록 법이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며, 고인의 재산 처분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 결정은 피를 나눈 가족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도리와 윤리를 저버렸다면 법적인 권리 역시 박탈당해야 마땅하다는 새로운 시대적 상식을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극적인 순간이었습니다.

 

3. 새롭게 도입된 상속권 상실 제도의 구체적 기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반영하여 국회에서는 민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마련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어린 자녀를 버리고 도망간 부모의 권리를 빼앗는 제한적인 규정만 논의되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그 대상이 직계비속 즉 자녀와 손자녀, 그리고 배우자를 포함한 모든 상속인으로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법원의 선고를 통해 상속인의 자격 자체를 완전히 잃게 되며, 상속 자격이 사라짐과 동시에 유류분을 청구할 권리 역시 영구적으로 소멸합니다.

첫째, 고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입니다. 부모가 중병에 걸려 경제적, 육체적 도움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자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이나 돌봄을 악의적으로 외면한 상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고인이나 고인의 배우자, 혹은 고인의 다른 자녀에게 중대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경우입니다.

셋째, 그 밖에 고인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입니다. 지속적인 패륜적 폭언을 일삼거나 부모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여 부모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 행위들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분쟁 상황

 

어떻게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지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보겠습니다.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두 딸이 있었습니다. 첫째 딸은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10년 동안 자신의 가정을 희생해가며 대소변을 받아내고 헌신적으로 어머니를 모셨습니다. 병원비도 대부분 첫째 딸이 부담하였습니다. 반면 둘째 딸은 10년 전 집을 나간 뒤 어머니의 수술비 보탬은커녕 명절에도 단 한 번 찾아오지 않았고 전화번호마저 바꾸어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작은 다세대 주택을 자신을 끝까지 지켜준 첫째 딸에게 모두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례식이 끝나자 소문을 들은 둘째 딸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첫째 딸을 상대로 자신도 자식이니 주택 가치의 4분의 1을 내놓으라며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거의 법이었다면 첫째 딸은 동생에게 유류분을 반환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첫째 딸은 동생의 소송에 맞서 가정법원에 동생의 상속권 상실을 선고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10년간 어머니를 유기하고 부양의무를 철저히 저버렸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법원은 둘째 딸의 자격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둘째 딸이 제기한 반환 청구 소송은 권리 없는 자의 억지가 되어 완전히 기각되고, 첫째 딸은 어머니의 소중한 유산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게 됩니다.

 

5. 권리 박탈을 위한 두 가지 법적 절차와 기한

 

패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의 권리를 소멸시키려면 반드시 법이 정한 절차를 밟아야만 효력이 발생합니다.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상속권을 상실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재산을 물려주는 부모가 생전에 직접 조치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공증인 앞에서 작성하는 공정증서 유언을 통해 나를 핍박하고 버린 저 자녀의 상속권을 상실시킨다는 명확한 의사를 남길 수 있습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유언을 집행하는 사람이 가정법원에 이 유언장을 근거로 정식 재판을 청구하여 해당 자녀의 자격을 박탈하게 됩니다.

 

만약 부모가 미처 유언을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면, 남아있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나설 수 있습니다. 헌신했던 형제자매들은 부양 의무를 저버린 문제의 형제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직접 소송을 제기하여 그 형제의 자격을 빼앗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6. 맺음말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잘못이 면죄부를 받고 무조건적인 재산 분배를 강요당하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타당한 이유 없이 부모를 저버린 이들에게서 정당한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법적 무기가 마련된 만큼, 부당한 재산 분쟁에 휘말리셨다면 새로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억울함을 풀고 남은 가족의 평안을 되찾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