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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3가지 경우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3. 6.

부부 중 혼인 관계를 깨뜨린 중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을 유책배우자라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우리 법원은 가정을 깬 당사자가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유책주의 원칙을 엄격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적반하장으로 이혼을 요구하여 아무 잘못 없는 배우자를 일방적으로 쫓아내는 것을 막고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미 부부로서의 실체가 완전히 소멸했음에도 무조건 이혼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대법원은 3가지 특별한 상황에 한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

 

첫 번째 예외는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에게 이혼을 청구받은 상대방이, 겉으로는 가정을 지키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혼인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속으로는 본인도 이미 마음이 떠났고 부부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 없으면서, 오직 상대방이 행복해지는 꼴을 볼 수 없다는 복수심이나 오기 때문에 서류상 이혼 도장 만은 절대 찍어주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을 말합니다.

 

우리 법원은 당사자가 진정으로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있는지 판단할 때 입 밖으로 내뱉는 말보다는 객관적인 실제 행동을 훨씬 더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가정을 유지하겠다면서 수년째 별거 중인 배우자에게 단 한 번도 대화나 만남을 시도하지 않고, 부부 상담 등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도 외면하며, 시댁이나 처가 식구들과의 교류마저 완전히 끊어버린 채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면 법원은 이를 정상적인 혼인 유지 의사로 보지 않습니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남편이 다른 여성과 외도를 하고 가출한 뒤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아내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평생 불륜남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비참하게 살도록 만들어주겠다고 선언하며 이혼을 거절했습니다. 그 후 아내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남편의 짐을 밖으로 내다 버렸으며, 남편의 연락을 철저히 차단했습니다. 심지어 아내 본인도 다른 사람과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편이 소송을 냈을 때, 법원은 비록 남편이 큰 잘못을 한 유책배우자일지라도 아내 역시 가정을 지킬 의지가 전혀 없이 오직 상대방을 징벌하려는 보복적 감정만으로 이혼을 거절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남편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여 두 사람의 관계를 정리해 줍니다.

 

2. 쌍방의 잘못이 엇비슷할 정도로 대등한 경우

 

두 번째 예외는 부부 양쪽 모두에게 혼인을 깬 책임이 있고,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잘못의 크기가 엇비슷한 경우입니다. 부부의 혼인 생활이 파탄에 이르는 과정은 어느 한순간의 단편적인 사건만으로 뚝딱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부부 중 한쪽의 잘못으로 심각한 불화가 시작되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방 역시 그에 못지않은 중대한 잘못을 저질러 부부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우리 법원은 한쪽을 일방적인 가해자로 볼 수 없을 만큼 부부 쌍방의 유책성이 동등하다고 판단되면, 원인을 제공한 쪽이든 그에 맞대응한 쪽이든 어느 쪽이 먼저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혼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입니다. 아내의 심각한 낭비벽과 잦은 외박으로 인해 부부 사이의 신뢰가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명백히 아내가 불화의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이를 대화나 타협으로 풀려고 노력하기는커녕,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내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심각한 신체적 폭력을 지속해서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폭력을 견디지 못한 아내가 집을 나와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재판에서 남편은 모든 불화의 원인은 아내의 외박과 낭비벽 때문이므로, 원인을 제공한 아내는 이혼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아내가 먼저 신뢰를 깬 것은 사실이지만, 부부 관계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가정폭력을 행사한 남편의 잘못 역시 아내의 잘못 못지않게 혼인 파탄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 두 사람 모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이며 그 무게가 비슷하므로, 잘못을 먼저 저지른 아내가 제기한 이혼 청구라도 이를 인용하여 이혼을 성립시킵니다.

 

3. 장기간의 세월이 흘러 고통이 희석되고 자녀가 장성한 경우

 

세 번째 예외는 세월이 아주 오래 흘러 유책배우자의 잘못으로 인해 상대방이 받았던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해졌고, 이제 와서 쌍방의 책임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된 경우입니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확립된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배우자가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집을 나갔을 당시에는, 남겨진 배우자와 어린 자녀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과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경제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이때 잘못을 한 사람이 먼저 이혼을 청구한다면 법원은 연약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 청구를 단호히 기각합니다. 이혼으로 인해 남겨진 가족이 쫓겨나듯 길거리로 나앉게 되는 이른바 축출이혼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15, 20, 혹은 30년이라는 매우 긴 세월이 지났다면 법원은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다시 살핍니다. 그 긴 별거 기간 동안 과거의 치열했던 분노와 원망이 세월의 흐름 속에 상당 부분 희석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또한 미성년 자녀들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을 만큼 성인으로 훌륭하게 자라 독립했는지, 남겨진 배우자가 이혼을 당하더라도 당장 경제적인 궁핍에 빠져 생존을 위협받을 위험이 없는지를 깐깐하게 조사합니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면 과거의 죄를 묻기 위해 죽을 때까지 서류상 부부로 묶어두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아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청구를 인용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5년 전 다른 여성과 외도를 하고 가출한 남편이 새로운 가정을 꾸렸습니다. 홀로 남겨진 본처는 고된 노동을 감내하며 세 명의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냈습니다. 세월이 흘러 자녀들은 모두 직장에 취업하고 각자 가정을 꾸려 완벽하게 독립했습니다. 본처 역시 자녀들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어려움 없이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25년이 흐른 뒤, 남편이 본처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은 비록 남편이 과거에 크나큰 죄를 지은 사람이긴 하나,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두 사람의 삶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법적인 부부라는 이름표만 남았다고 판단합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인 자녀의 복리 문제도 모두 성인으로 장성하였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며, 본처 역시 경제적으로 궁핍할 위험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남편의 이혼 청구를 허락하게 됩니다. 다만, 남겨진 아내가 심각한 지병을 앓고 있거나 당장 생활비가 끊겨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경제적 빈곤 상태라면 아무리 30년이 지났더라도 법원은 남편의 청구를 기각하며 약자인 아내를 끝까지 보호합니다.

 

우리 법원은 잘못을 저지른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금지하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고수하면서도, 이미 생명력을 잃은 혼인을 강제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 모두에게 오히려 더 큰 고통만 남길 때에 한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이혼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이혼을 원하거나 반대로 억울하게 이혼 소장을 받았다면, 이러한 대법원의 세 가지 예외 기준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하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