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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손주를 볼 수 없는 조부모의 눈물, '조부모 면접교섭권' 인정 사례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3. 4.

1. 들어가며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가족의 형태가 변하면서 가장 큰 상처를 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어린 자녀들입니다. 그리고 그 자녀들만큼이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를 하루아침에 볼 수 없게 된 조부모님들입니다. 과거에는 자녀가 이혼하거나 사망한 후 아이를 키우는 며느리나 사위가 손주를 보여주지 않으면 조부모로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법이 바뀌어 조부모에게도 손주를 만날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생겼습니다. 오늘은 조부모 면접교섭권이 무엇인지, 어떤 경우에 인정받을 수 있는지 알기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면접교섭권이란 이혼 등의 이유로 아이를 지겁 키우지 않는 부모가 아이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연락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본래 이 권리는 부모에게만 인정되는 전속적인 권리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부모 중 한쪽이 사망하거나 중병에 걸려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 부모의 부모인 조부모들은 손주와의 연이 완전히 끊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민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아이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이 사망하거나 질병, 외국 거주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면접교섭을 할 수 없는 경우, 그 부모의 직계존속인 조부모가 대신하여 가정법원에 손주와의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혈연으로 맺어진 조부모와 손주의 정서적 유대를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국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837조의2(면접교섭권) ()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 일방의 직계존속은 그 부모 일방이 사망하였거나 질병, 외국거주, 그 밖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를 면접교섭할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에 자()와의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정법원은 자()의 의사(意思), 면접교섭을 청구한 사람과 자()의 관계, 청구의 동기,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야 한다.
가정법원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제한ㆍ배제ㆍ변경할 수 있다.

 

2.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이 인정되기 위한 조건

 

그렇다고 해서 모든 조부모가 무조건 며느리나 사위를 상대로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이 정한 엄격한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만 청구권이 발생합니다.

 

첫째, 조부모의 자녀, 즉 손주의 부모 중 한쪽이 사망하였을 때입니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아들이나 딸이 사망한 후 남은 배우자가 재혼하거나 연락을 끊으면서 손주를 보여주지 않을 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녀가 살아있기는 하지만 질병이나 심한 장애, 해외 장기 체류, 교도소 수감 등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자녀 스스로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만약 자녀가 멀쩡히 살아있고 아무런 장애나 제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자녀 본인이 손주 보기를 귀찮아해서 안 만나는 것이라면, 조부모가 나서서 대신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은 자녀의 권리를 보충적으로 대신 행사하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흔히 발생하는 가상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김 할아버지와 이 할머니는 외아들을 장가보내고 예쁜 손녀가 태어나자, 틈날 때마다 아들 부부의 집을 찾아가 아이를 돌봐주었습니다. 손녀 역시 할아버지, 할머니를 무척 따랐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큰 슬픔에 빠진 노부부에게 며느리는 아들의 상속 재산 문제로 얼굴을 붉히게 되었고, 결국 며느리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린 뒤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렸습니다. 노부부는 손녀가 보고 싶어 며느리의 직장까지 찾아갔지만, 며느리는 내 아이니 내가 알아서 키우겠다며 문전박대했습니다.

과거였다면 노부부는 며느리의 선처만을기다려야 했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아들이 사망하여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노부부는 가정법원에 며느리를 상대로 조부모 면접교섭권 허가 심판을 당당히 청구할 수 있습니다.

 

조부모가 법원에 청구서를 제출한다고 해서 판사가 무조건 만나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법원이 이 문제를 판단할 때 바라보는 단 하나의 기준은 바로 자녀의 복리입니다. 자녀의 복리란 아이가 얼마나 건강하고 펴안하게 성장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법원은 조부모의 애절한 마음이나 며느리의 괘씸함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조부모와 손주가 만나는 것이 과연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행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최우선으로 따집니다.

이를 위해 법원은 가사조사관을 파견하여 매우 꼼꼼한 심층 조사를 진행합니다. 과거 조부모가 손주를 얼마나 자주 만나고 돌보았는지 그 애착 형성 정도를 살피고, 손주가 조부모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아이의 진짜 속마음을 조심스럽게 청취합니다. 또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육자가 면접교섭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심사숙고합니다.

 

실제 법원 실무에서 조부모의 면접교섭이 긍정적으로 인정되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뚜렷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의 유대감입니다. 아들이나 딸이 살아있을 때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조부모가 오랫동안 손주를 도맡아 양육해 주었거나,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만나며 아이와 매우 깊은 정서적 애착 관계를 형성해 온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부모의 죽음이나 이혼으로 아이 역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자신을 끔찍이 아껴주던 조부모와의 관계마저 단절되면 아이의 정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만남을 허락합니다. 또한 조부모가 손주의 양육비나 교육비를 경제적으로 꾸준히 지원해 온 경우에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고 보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법원이 조부모의 청구를 기각하고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조부모와 양육자 사이의 갈등이 너무 심각하여 만남의 과정에서 아이에게 고스란히 정신적 피해가 가는 경우입니다. 조부모가 손주를 만날 때마다 양육자인 며느리나 사위를 험담하고 욕을 하거나, 아이의 양육 방식에 지나치게 간섭하여 양육자를 괴롭힌 정황이 있다면 법원은 아이의 안정적인 성장 환경이 파괴된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손주 본인이 조부모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조부모가 과거에 양육자에게 심각한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여 양육자가 조부모를 만나는 것 자체에 극심한 트라우마를 느끼는 경우에도 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면접교섭을 제한하거나 불허합니다. 조부모의 권리보다는 아이가 현재의 양육 환경에서 평온하게 자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3. 맺음말

 

면접교섭이 허가되면 보통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주말의 일정한 시간을 정해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갈등이 깊은 경우에는 아이와 양육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법원 내에 마련된 면접교섭 센터에서 전문가의 참관하에 안전하게 만남을 시작하기도 하며, 점차 적응이 되면 조부모의 집이나 외부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합니다. 만약 법원의 허가 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양육자가 핑계를 대며 계속해서 손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조부모는 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하여 양육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게 하는 등 강제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조부모와 손주의 정은 그 어떤 것으로도 쉽게 끊어낼 수 없는 소중한 인연입니다. 어른들 사이의 갈등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아이가 조부모의 무조건적인 내리사랑을 받을 기회를 뺏기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만약 사랑하는 손주를 보지 못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계신 분이 있다면, 홀로 가슴만 치지 마시고 조부모 면접교섭권이라는 적법한 제도를 통해 아이와의 소중한 끈을 다시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