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속

168. 사실혼 배우자 사망 시, 상속권과 유족 연금 수령 자격의 차이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4. 24.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하며 한 지붕 아래서 부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결혼식을 올리면 당연히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수순이었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주택 청약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각자의 독립적인 경제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 아니면 과거의 상처로 인해 서류상의 구속을 피하고자 의도적으로 혼인신고를 미루거나 생략하는 사실혼 부부가 대단히 흔해졌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궤도에서 예기치 못한 비극이 찾아와 부부 중 일방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혼인신고서라는 서류 한 장이 만들어내는 법률적 파장은 남겨진 배우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당장 살아갈 집과 생계가 위협받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평생을 반려자로 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는 현실 속에서, 사실혼 배우자가 마주하게 되는 상속권의 한계와 유족연금이라는 한 줄기 빛에 대하여 그 법률적 차이와 구제 방안을 아주 깊이 있게 파헤쳐 드리겠습니다.

 

1. 상속권의 철저한 배제, 법률혼주의의 냉혹한 잣대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남겨진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 민법은 대단히 엄격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가족법 체계는 철저한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상 상속권자로 규정된 배우자란 오직 가족관계등록부, 즉 혼인관계증명서에 합법적인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수십 년을 함께 살았든, 동네 사람들이 모두 부부로 인정하든, 심지어 두 사람 사이에 낳은 자녀가 있든 상관없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단 1원의 상속권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가상의 사례를 들어 이 냉혹한 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한 여성이 남성과 15년간 사실혼 관계로 지내며 식당을 공동으로 운영했습니다. 식당의 수익금으로 매수한 아파트는 남성의 단독 명의로 해두었습니다. 어느 날 남성이 심장마비로 급사하게 되었습니다. 여성은 15년간 헌신하여 일군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에게 절반 이상의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법의 결론은 잔인합니다. 여성은 상속권이 전혀 없으므로 아파트의 소유권은 고스란히 사망한 남성의 연로한 부모나, 부모가 없다면 남성의 형제자매들에게 100퍼센트 넘어가게 됩니다. 여성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댁 식구들이 도의적으로 재산의 일부를 나누어주지 않는 이상, 여성이 상속을 원인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2. 생존권 보호의 따뜻한 손길, 사회보장제도와 유족연금

 

상속법이 이토록 사실혼 배우자를 철저히 외면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가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각종 연금법과 사회보장법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대단히 포용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국민연금법, 공무원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그리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은 유족의 범위를 정할 때 배우자의 정의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이 법적 안정성과 재산 거래의 명확성을 위해 서류상의 부부만을 인정한다면, 사회보장법은 남겨진 유족의 생계 보호와 복지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질적인 부양 관계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남겨진 배우자는 고인이 가입해 두었던 국민연금공단 등에 유족연금을 청구하여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법적 자격을 가집니다. 만약 고인이 업무 중 사고로 사망한 경우라면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유족보상연금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재산 상속의 닫힌 문 앞에서 절망한 사실혼 배우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경제적 구명줄입니다.

 

3. 유족연금 수령을 위한 험난한 입증, 사실혼관계 존재 확인의 소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에 찾아가 우리가 부부였습니다라고 말로만 주장한다고 해서 순순히 유족연금을 지급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공단은 막대한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므로, 두 사람이 단순한 동거를 넘어 진실한 사실혼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매우 엄격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요구합니다.

 

청구인은 고인과 동일한 주소지에 전입신고가 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주민등록표 등본, 경제공동체였음을 증명하는 공동 명의의 통장 거래 내역, 양가 부모님의 경조사에 참석한 사진, 주변 지인들의 인우보증서 등을 공단에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고인의 법정 상속인, 즉 고인의 부모나 형제들이 연금 수령을 방해하거나 자신들이 유족이라고 주장하며 사실혼 관계를 부인할 때입니다. 유족연금의 우선순위는 배우자에게 있으므로, 사실혼 배우자가 인정되면 고인의 부모는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시댁이나 처가에서 두 사람은 그저 동거인일 뿐이었다고 공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쟁이 흔하게 발생합니다.

 

이처럼 유족들 사이에 사실혼 여부를 두고 다툼이 생기거나 공단에서 서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반려할 경우, 남겨진 사실혼 배우자는 불가피하게 가정법원에 사실혼관계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대단히 중요한 법률적 특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소송을 걸어야 할 대상인 배우자가 이미 사망했으므로 누구를 피고로 삼아야 할까요. 가사소송법에 따라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검사를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가정법원 재판 과정에서 과거의 수많은 입증 자료들을 제출하고, 재판장으로부터 두 사람은 고인이 사망할 당시 적법한 사실혼 관계에 있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정 판결문을 받아내야 합니다. 이 승소 판결문을 들고 다시 국민연금공단에 찾아가면, 그제야 비로소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리자로서 유족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됩니다.

 

4. 상속을 대신하여 주거를 지키는 법적 안전장치, 임차권의 승계

 

직접적인 재산 상속은 불가능하지만,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 법이 열어둔 또 다른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차권의 승계 규정입니다.

 

만약 두 사람이 거주하던 아파트가 고인의 명의로 계약된 전세나 월세였을 경우, 고인이 사망하면 남겨진 사실혼 배우자는 당장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인에게 상속인이 있더라도, 그 상속인들이 고인과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면 사실혼 배우자는 그 상속인들과 공동으로 임차권을 승계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남겨진 배우자는 전세 보증금을 지키고 계속해서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게 됩니다.

 

5. 막다른 골목에서의 최후의 수단, 특별연고자 분여 청구

 

사실혼 배우자가 고인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극히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제도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특별연고자 분여 청구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고인에게 사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포함하여 법이 정한 상속인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을 때만 발동될 수 있습니다. 고인이 천애고아이고 친척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다면, 고인의 재산은 원칙적으로 국가에 귀속됩니다. 이때 생계를 같이 하고 고인을 요양 간호한 사실혼 배우자는 가정법원에 이 재산을 국가로 넘기지 말고 나에게 나누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상속인이 한 명이라도 존재하면 성립할 수 없으므로 실무적으로 적용되는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6. 불행을 예방하는 생전의 지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하여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기로 선택하셨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남겨질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준비를 반드시 생전에 해두셔야 합니다. 거액의 자금이 투입되는 부동산을 매수할 때는 처음부터 두 사-람의 공동 명의로 등기를 하여 각자의 지분을 명확히 확보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또는 공증 사무실을 방문하여 내가 사망할 경우 내 명의의 재산을 사실혼 배우자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의 유언 공정증서 즉 유증을 미리 작성해 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며, 핏줄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상속인들의 권리 주장은 생전의 애틋했던 감정과는 무관하게 대단히 계산적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시기가 법률적인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상속과 연금의 엄격한 차이를 미리 숙지하고 사전에 꼼꼼한 법률적 대비책을 마련해 두시기를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