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판 절차 내 객관적 가치 산정을 위한 감정 제도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을 두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결렬되어 가정법원의 심판 절차가 개시되면, 가장 격렬하게 의견이 대립하는 쟁점 중 하나는 바로 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얼마로 매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예금이나 현금과 같이 액면가가 명확히 고정된 재산이라면 다툼의 여지가 없으나, 토지, 아파트, 상가, 비상장 주식 등은 시기나 평가 기준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변동하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시세, 즉 부동산의 경우 공시지가나 실거래가, 호가 등을 자의적으로 내세우며 대립하게 됩니다. 이때 법원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편승하거나 불확실한 인터넷 시세 자료만을 근거로 판결을 내릴 수 없습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KB부동산 시세가 비교적 공정한 자료가 되나, 일반적인 토지나 상가라면 별다른 시세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재판 절차에서는 법률이 부여한 공정한 권한에 따라 재판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전문 감정평가사에게 목적물의 객관적인 시장 가치를 산정해 줄 것을 의뢰하는 감정평가 절차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 절차를 통해 도출된 공식적인 감정액만이 향후 가액 산정의 척도로 작용하게 됩니다.
2. 특별수익의 공정한 정산을 위한 상속개시일 기준의 소급 감정평가
가정법원 심판 절차에서 감정평가가 시행되는 첫 번째 핵심적인 이유는 공동상속인들이 과거 피상속인으로부터 미리 증여받은 재산, 즉 특별수익의 가치를 정밀하게 규명하기 위함입니다. 피상속인이 사망 시점에 남긴 적극적 상속재산에 과거의 특별수익을 모두 더하여 간주상속재산을 도출해야만 각자의 정당한 몫을 공평하게 배분할 수 있습니다.
이때 대단히 중요한 법리적 기준이 적용됩니다. 대법원 1997. 3. 21. 자 96스62 결정은 공동상속인 중에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구체적 상속분 산정을 위한 재산 평가 시점은 상속개시일이라고 명확하게 판시하였습니다. 즉, 10년 전에 증여받은 토지를 잣대에 올릴 때, 10년 전 증여 당시의 취득 가격이 아니라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을 기준으로 그 토지가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장남이 15년 전에 시가 1억 원 상당의 나대지를 증여받았는데, 아버지가 사망할 무렵 그 일대가 신도시로 개발되어 지가가 폭등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동생들은 장남의 특별수익 규모를 키우기 위해 현재의 높은 시세를 반영하려 할 것이고, 장남은 과거의 낮은 취득가를 고집할 것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법원은 감정평가사를 통해 아버지가 눈을 감은 상속개시일 시점의 해당 나대지 시세를 소급하여 감정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이렇게 소급 평가된 감정액만이 간주상속재산에 편입되어 진정한 형평성을 맞추는 기준이 됩니다.
3. 가액정산 방식의 분할을 위한 사실심 변론종결일 기준의 현재 시세 평가
감정평가가 요구되는 두 번째 중대한 국면은 재판의 종착역에서 분할의 구체적인 형태를 결정하고 집행할 때입니다. 피상속인이 남긴 적극적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상속인들의 지분대로 현물분할하는 것이 원칙이며, 실무에서도 분할방법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현물분할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억 원 가치의 토지나 아파트가 남겨졌고 두 상속인의 몫이 절반씩으로 확정되었다면, 법원은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 등기를 1/2씩 지분대로 나누어 소유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이러한 현물분할은 특정 상속인이 당장 거액의 정산금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없애주고, 재산에 대한 권리를 각자에게 공평하게 쥐여준다는 점에서 분쟁을 종결짓는 가장 명확하고 빈번한 해답이 됩니다.
물론 실무적으로 다른 분할 방식이 전혀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부동산의 성격이나 당사자들의 관계상 지분으로 쪼개어 공유 관계로 묶어두는 것이 물리적으로 대단히 부적절하거나, 현물로 분할할 경우 그 재산의 경제적 가치가 현저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예외적인 방식이 보충적으로 개입합니다.
특정 상속인이 온전한 단독 소유권을 차지하는 대신 다른 형제들에게 지분 가치만큼 개인 현금으로 갚아주는 가액배상(대상분할)이나, 당사자 간 합의가 도저히 불가능하고 현금 정산 능력조차 없을 때 법원 경매에 부쳐 그 매각 대금을 나누어 가지는 경매분할은 어디까지나 현물분할이 여의치 않을 때 차선책으로 동원되는 예외적 수단입니다.
한편, 가액배상(대상분할) 과정에서 얼마의 현금을 건네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가치 평가 시점은 앞선 특별수익 평가 시점과 완전히 다릅니다. 대법원 1997. 3. 21. 선고 96스62 결정은 상속재산분할 시 가액배상의 기준이 되는 대상 재산의 가액은 분할 심판 시, 즉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1년에서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부동산의 시세는 끊임없이 변동합니다. 따라서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고 최종적인 금전 지급 명령을 내리기 직전의 가장 최신 시세, 즉 변론종결일 기준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상대방에게 줄 현금 규모를 산출해야만 화폐 가치의 왜곡 없이 완벽한 재산권 정산이 이루어진다는 확고한 법리입니다.
4. 감정 시점을 달리할 필요성(대상분할시)
결과적으로 하나의 상속 분쟁 안에서 부동산의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서로 다른 기준일을 적용하는 두 번의 감정평가가 이중으로 진행되는 것이 실무적인 정석입니다.
간단한 사례로 이를 풀어보겠습니다. 아버지가 5년 전에 첫째 딸에게 상가를 증여했고, 사망 당시에는 아파트를 하나 남겼습니다. 상속인은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이 있었습니다. 이 재판이 2년간 치열하게 이어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법원은 첫째 딸이 받은 상가 건물이 전체 간주상속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정하기 위해, 아버지가 사망한 상속개시일 기준의 상가 가치를 감정합니다. 만일 감정평가 결과 상속개시일 기준 가액이 상가 8억, 아파트 12억으로 확정되었다면, 간주상속재산은 20억, 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은 각 10억입니다.
결과적으로 둘째 아들이 아파트의 단독 소유권을 차지하는 대신 첫째 딸의 몫인 2억 원에 해당하는 금전을 지급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때 법원은 둘째 아들이 첫째 딸에게 얼마의 현금을 주어야 할지를 확정하기 위해, 재판이 끝나는 현재 시점인 변론종결일 기준의 아파트 가치를 새롭게 감정합니다. 만일 변론종결일 기준 아파트 가액이 14억이라면, 2억 원 × 14억 원 / 12억 원 = 2억 3,333만 원을 둘째 아들이 첫째 딸에게 지급하여야 합니다.
5. 비상장 주식 및 영업권 등 특수 재산의 객관적 가치 규명
부동산뿐만 아니라 평가의 기준이 모호한 특수 재산이 적극적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있을 때에도 감정평가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상속인이 운영하던 개인 사업체의 영업권이나 가족 회사의 비상장 주식입니다.
비상장 주식은 공개된 증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으므로 그 가치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길이 없습니다. 특정 상속인이 생전에 비상장 주식을 증여받아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했다면, 다른 상속인들은 그 주식의 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하여 상대방의 특별수익을 부풀리려 할 것입니다. 이때 법원은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전문 감정인 등을 지정하여 해당 기업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정밀하게 분석하도록 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에서 규정하는 보충적 평가 방법을 준용하거나 기업의 현금 흐름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장부상에 가려져 있던 주식 1주당의 시장 가치를 감정하도록 하고, 이 가액을 간주상속재산에 반영하게 됩니다.
6. 당사자의 비용 부담 원칙
실무 현장에서 감정평가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적극적인 신청에 의하여 진행됩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가치 규명이 절실한 상속인이 법원에 감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재판부는 공정한 무작위 추첨 방식을 통해 해당 지역의 공인된 감정평가사나 감정법인을 촉탁 기관으로 지정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수백만 원 내지 수천만 원 단위의 감정평가 수수료는 신청한 당사자가 법원에 미리 예납해야만 절차가 개시됩니다. 감정인이 현장 조사와 시세 분석을 거쳐 법원에 공식적인 감정평가서를 제출하면, 당사자들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서면 공방을 이어가게 됩니다. 만약 지정된 감정인의 평가액이 인근 실거래가를 현저히 무시하였거나 산출 근거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당사자는 감정평가서의 논리적 모순을 치밀하게 지적하며 재판부에 감정 결과의 채택을 거부하고 다른 평가 기관을 통한 재감정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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