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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216. 기여분 제도의 요건과 인정 기준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5. 22.

1. 기여분 제도의 법률적 본질과 민법의 확립 취지

 

상속이 개시되었을 때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을 단순히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기계적으로 나누게 되면, 생전에 피상속인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상속인과 전혀 돌보지 않은 상속인이 동일한 몫을 가져가게 되는 불공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을 막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인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마련된 법적 구제 수단이 바로 민법 제1008조의2에 규정된 기여분 제도입니다.

 

해당 조문에 따르면, 공동상속인 중에서 상당한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 상속재산 분할 시 그 기여한 몫을 먼저 떼어주어 가산해 주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는 단순한 도의적 보상이 아니라, 헌신한 상속인의 경제적 손실을 법률의 힘으로 보전해 주는 대단히 강력하고 실체적인 권리입니다.

 

2. 청구권자의 자격 요건, 오직 법정 공동상속인에 한정

 

기여분을 주장하고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법률상 공동상속인의 지위를 가진 자로 대단히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 피상속인의 1순위 상속인인 직계비속과 배우자 등이 그 대상이 됩니다.

 

가사 실무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쟁점은 며느리나 사위의 기여분 인정 여부입니다. 시부모님을 수십 년간 한집에 모시며 대소변을 받아내고 병수발을 전담한 며느리라 할지라도, 며느리는 원칙적으로 시부모의 공동상속인이 아니므로 시부모의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기여분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배우자의 기여행위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상속인의 기여분과 다름없이 평가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주장과 입증이 이루어져야 유리한 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심판의 뼈대가 되는 기준, 특별한 부양과 특별한 기여

 

가정법원이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 요구하는 문턱은 일반인들의 상식보다 훨씬 높습니다. 단순히 부모님께 용돈을 자주 드렸거나 주말마다 찾아가 안부를 살핀 정도로는 기여분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가족 관계 내부에는 민법이 정한 기본적인 부양의무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1998. 12. 8. 선고 97513, 520, 9712 판결은 이러한 기여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성년인 자녀가 부양의무의 존부나 그 순위에 구애됨이 없이 스스로 부모를 부양한 경우에, 그 부양의 정도가 부모와 자식 사이에 통상 기대되는 수준을 넘어 특별한 부양에 이른 경우에만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직장을 그만두고 피상속인의 곁에 24시간 상주하며 중증 질환을 간병하였거나,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부모님의 수술비와 요양병원 비용을 수년에 걸쳐 홀로 감당하는 등, 자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는 범주를 초과하는 희생만이 법원이 인정하는 특별한 부양으로 분류되어 엄정한 심판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4. 배우자의 장기간 간병, 전원합의체 결정이 제시한 새로운 해석 기준

 

최근 상속 분쟁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는 오랜 세월 해로하며 아픈 배우자를 돌본 생존 배우자의 간병 헌신을 특별한 부양으로 인정하여 기여분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부부간에는 민법상 1차적인 동거 및 피부양 의무가 존재하므로, 아픈 배우자를 돌보는 것은 특별한 기여가 아니라 당연한 법적 의무라는 과거의 보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2019. 11. 21. 201444 전원합의체 결정은 이 사안에 대하여 매우 입체적이고 진일보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대법원은 장기간 동거하고 간호했다는 사실만으로 배우자에게만 무조건 기여분을 인정할 수는 없으나, 배우자의 동거 및 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해야 할 정도로 특별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제반 사정이 인정된다면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동거 및 간호의 시기와 기간, 배우자의 건강 상태, 자녀들의 재정적 지원 여부, 상속재산의 규모 등을 종합하여, 생존 배우자의 간병 으로 인한 기여분은 일반 자녀들의 부양의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을 필요로 한다는 판단입니다. 

 

5. 재산의 유지 및 증가에 대한 금전적 헌신과 명확한 인과관계 요건

 

육체적인 병수발 외에도 피상속인의 자산을 증식시키거나 지켜낸 경제적 행위 역시 특별한 기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합니다. 부모님이 건물을 신축할 때 건축 대금의 절반을 자녀가 자신의 자금으로 보태주었거나,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공장에서 수십 년간 월급 한 푼 받지 않고 젊음을 바쳐 일하여 사업체를 번창하게 만든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재산상 기여를 인정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바로 인과관계의 입증입니다. 상속인은 자신의 금전적 투자나 무상 노무 제공 행위와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및 증가라는 결과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존재함을 객관적인 금융 자료 등으로 증명해 내야 합니다. 만약 자녀가 사업 자금을 대주었으나 그 돈이 사업 실패로 모두 허공에 사라졌고, 현재 남은 부모님의 재산은 그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다른 경로로 형성된 것이라면 인과관계가 단절되어 재산상 기여분은 기각당하게 됩니다.

 

6. 가상의 실무 분쟁 사례로 짚어보는 기여분 산정

 

추상적인 기여분 제도가 실제 법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산출되는지 전형적인 가상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아버지가 10억 원의 상가 건물을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상속인으로는 장남과 차남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생전 마지막 5년 동안 중증 질환을 앓았는데, 장남은 자신의 사업을 접고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 24시간 간병했고, 자신의 예금을 깨어 아버지의 비급여 병원비와 약값으로 총 2억 원을 결제했습니다. 차남은 단 1원의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상속 개시 후 차남이 상가 건물의 절반인 5억 원을 요구하자, 장남은 가정법원에 기여분 결정 및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재판부는 장남이 통상적인 부양의무를 뛰어넘어 생업을 포기한 육체적 헌신과 막대한 금전적 출재를 통해 상가 건물이 매각되지 않고 유지되도록 한 특별한 기여를 완벽하게 인정하였습니다.

 

법원은 전체 상속재산 10억 원에 대하여 장남의 기여분 비율을 30퍼센트로 확정했습니다. 이때 상속재산분할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먼저 10억 원에서 장남의 기여분 3억 원을 떼어내어 장남의 고유한 몫으로 남겨둡니다. 남은 재산 7억 원은 두 아들의 법정 상속분인 2분의 1에 따라 35,000만 원씩 나눕니다. 최종적으로 장남은 기여분 3억 원과 상속분 35,000만 원을 합친 65,000만 원을 획득하게 되고,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차남은 35,000만 원만을 배분받는 것으로 소송이 종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