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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치매 걸린 배우자와의 이혼, 성년후견인 제도를 통한 절차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3. 9.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배우자가 치매에 걸리는 것은 온 가족에게 큰 술픔입니다. 간병의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이 길어지면서 현실적인 이유로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로 인해 인지 능력을 잃은 배우자와는 일반적인 절차로 이혼할 수 없습니다. 이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년후견인 제도를 활용한 재판이혼 절차를 핵심만 정리해 드립니다. 

 

1. 치매 배우자와의 이혼, 왜 성년후견 제도가 필요할까

 

이혼은 부부 양측이 혼인관계를 끝내겠다는 명확한 의사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법원에 이혼 서류를 내거나 소송을 제기하려면 당사자가 법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지 능력, 즉 의사능력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환저는 자신의 재산이나 신상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을 상대로 무작정 이혼 소장만 보낸다고 해서 재판이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방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권리를 빼앗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치매 배우자와 이혼을 진행하려면, 먼저 가정법원에 청구하여 배우자를 대신해 법적 판단을 내리고 소송을 수행할 법정대리인을 세워야 합니다.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성년후견인입니다. 성년후견인이 선임되어야만 비로소 그 후견인을 상대로 재판이혼 소송을 정식으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2. 후견인 선임 시 가장 중의해야 할 점, 이해상반행위

 

성년후견인 선임 절차에서 가장 헷갈리기 쉽고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보통 치매에 걸린 부모나 배우자를 위해 성년후견인을 신청할 때는 가장 가까운 가족인 배우자나 자녀가 후견인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혼을 목적으로 성년후견인을 세울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혼 소송에서 이혼을 요구하는 원고는 건강한 배우자이고, 소송을 당하는 피고는 치매에 걸린 배우자입니다. 만약 건강한 배우자가 스스로 피고의 성년후견인이 된다면, 원고인 내가 피고인 나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이해상반행위라고 합니다. 한 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에게는 손해가 되는 관계를 뜻합니다.

 

건강한 배우자는 이혼 소송에서 본인의 재산분할 몫을 늘리려 할 것이고, 치매 배우자는 자신의 노후 치료비를 위해 방어해야 하므로 두 사람의 이익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따라서 이혼을 청구하려는 배우자는 절대로 치매 배우자의 성년후견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때는 부부의 성인 자녀 중 한 명을 후견인으로 선임하거나, 자녀가 없거나 분쟁의 소지가 있다면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사나 법무사 같은 객관적인 제삼자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지정하게 됩니다. 

 

3. 간단한 사례로 보는 절차의 흐름

 

이해를 돕기 위해 혼히 발생하는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남편 김씨와 아내 이씨는 결혼한 지 30년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남편 김씨가 5년 전부터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게 되었고, 아내 이씨는 헌신적으로 병간호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김씨의 폭력성이 심해져 집에서 돌보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요양병원비용이 매달 수백만 원씩 청구되었습니다. 부부의 모든 재산은 남편 명의의 아파트 한 채뿐인데, 남편이 치매라 아파트를 팔 수도 담보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아내는 합벅적인 재산분할을 통해 자신의 생계비를 확보하고 남편의 병원비도 마련하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이 경우 아내 이씨는 곧바로 법원에 이혼 소장을 낼 수 없습니다. 먼저 가정법원에 남편을 위한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아내는 자신이 이혼의 상대방이므로 후견인이 될 수 없기에, 성인인 딸을 남편의 성년후견인 후보자로 올렸습니다. 법원은 남편의 정신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딸을 남편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합니다 .

 

딸이 남편의 공식적인 법정대리니이 되면, 그제야 아내는 남편의 법정대리인 딸을 피고로 삼아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재판정에서는 아내와 남편의 대리인인 딸이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조율하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 이혼과 재산 정리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4. 관련 대법원 판례의 태도와 엄격한 허가 기준

 

그렇다면 상대방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법원이 쉽게 이혼을 허락해 줄까요?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고 엄격합니다. 부부엑는 서로가 병에 걸렸을 때 돌보아주어야 할 동거, 부양, 협조의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므446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부부 일방이 정신병이나 치매 등의 질환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배우자로서 그 병의 치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애정으로 보살펴야 할 의무가 먼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예외적인 기준도 함께 열어두었습니다. 그 질병이 단순히 정성으로 고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불치에 가깝고 그로 인해 남은 배우자에게 끊임없는 희생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강요하여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라면 민법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판사는 아프고 불쌍한 배우자를 단순히 짐짝처럼 버리려는 축출 이혼인지, 아니면 건강한 배우자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고육지책인지를 꼼꼼히 따집니다. 건강한 배우자가 그 동안 간병을 위해 얼마나 눈물겨운 희생을 해왔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치매 배우자의 이혼 후 생존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만약 이혼을 하면서 치매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을 넉넉하게 해 주어 남은 여생 동안 요양병원 비용이나 생활비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한다면, 법원은 치매 배우자의 복리도 훼손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혼을 허락해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재산을 모두 건강한 배우자가 차지하고 치매 배우자의 빈손으로 쫓아내는 형태라면 버부언은 절대 이혼 판결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5. 소송 진행 시 소요되는 기간

 

이 절차는 두 번의 재판을 거쳐야 하므로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먼저 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과정만 해도 환자의 진료 기록 확인, 대학병원 등의 정신 감정, 가사조사관의 조사 등을 거치며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됩니다.

 

성년후견인이 확정된 후에 본격적인 이혼 소송이 시작되므로, 이혼 재판 기간까지 합치면 소장 접수부터 최종 판결을 받기까지 최소 1년에서 16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당장 급전이 필요하거나 상황이 급박하더라도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접근해야 합니다.

 

치매 배우자와의 이혼은 애정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린 남은 가족의 생존과 묶여버린 재산을 합법적으로 풀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성년후견 절차와 이혼 소송이 맞물려 매우 까다롭게 진행되므로, 사전에 철저한 서류 준비를 거쳐 안전하고 현명하게 상황을 풀어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