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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188. 이혼 직전 배우자가 몰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면? 사해행위취소소송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5. 8.

혼인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단연 재산분할 문제입니다. 부부 공동으로 형성하고 유지해 온 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공정하게 나누는 것은 이혼 후의 자립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절차입니다. 그런데 이혼을 앞두고 상대방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몫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된 부동산이나 기타 재산에 고의로 제한물권을 설정하거나 처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친인척이나 지인과 짜고 허위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장부상의 채무를 늘리는 방식은 실무에서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재산 은닉 수법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배우자가 부부의 공동재산을 몰래 빼돌리거나 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하였을때,억울하게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구제 수단이 바로 사해행위취소소송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혼 직전 배우자가 부동산에 몰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이를 어떻게 바로잡고 온전한 재산 분배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쟁점과 실무적 대응 방안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추소권의 의의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를 뜻합니다. 우리 민법은 제839조의3 규정을 통해 부부 일방이 다른 일방의 재산분할청구권 행사를 해할 것을 알면서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이를 취소하고 원상으로 회복할 것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이 구체적으로 확정되기 전이라는 이유로 일반적인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데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민법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이혼을 앞둔 상황에서 배우자가 고의로 재산을 축소하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 이를 명확하게 취소할 수 있는 독자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입니다. 즉, 배우자가 부당하게 설정한 근저당권을 말소시켜 해당 부동산의 가치를 원래대로 돌려 놓은 뒤, 이를 기초로 정당한 분배 비율을 산정받을 수 있습니다. 

 

2.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핵심 성립 요건

 

이 소송이 법원에서 인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피보전채권이 존재해야 합니다. 여기서 피보전채권이란 보전받고자 하는 권리, 즉 상대방에 대한 재산분할청구권을 의미합니다. 원칙적으로 이 권리는 이혼이 성립해야 구체적으로 발생하지만, 판례와 실무에서는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전이거나 혼인 파탄이 임박한 시점이라 하더라도 장래에 청구권이 발생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면 피보전채권의 자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둘째, 객관적인 사해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배우자가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담보 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채무를 늘려 전체적인 순재산을 마이너스 상태 혹은 분할 대상 재산이 부족한 상태로 만드는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근저당권이 설정되면 부동산의 객관적 시세에서 채권최고액 혹은 실제 피담보채무액만큼이 소극재산(빚)으로 잡히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몫이 줄어들게 됩니다. 

 

셋째, 채무자인 배우자의 사해의사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는 자신이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전체 공동재산이 줄어들어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가를 의미합니다. 이혼 논의가 오가거나 별거가 시작된 직후 등 혼인 파탄의 징후가 뚜렷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설정된 담보권이라면, 법원은 배우자의 부당한 의도를 긍정적으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넷째, 수익자(제3자)의 악의 여부입니다. 수익자란 배우자와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맺은 사람을 말합니다. 배우자의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수익자가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정당하게 돈을 빌려준 선의의 제3자라면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없습니다.

 

3. 수익자의 악의 추정괴 입증 책임의 분배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지점이 바로 수익자가 악의였는지, 아니면 선의였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민사 소송의 원칙과 달리, 사해행위 소송에서는 수익자의 악의가 추정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관련 판례인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2430 판결에 따르면,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가 사해행위임을 몰랐다는 사실, 즉 자신이 선의라는 점은 수익자 자신이 증명해야 한다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소송을 제기하는 억울한 배우자 측에서 제3자가 나쁜 의도를 가졌다는 것을 일일이 증명할 필요 없이, 제3자 스스로가 자신읜 정당한 거래를 한 억울한 피해자라는 점을 객관적인 금융 자료 등을 통해 밝혀내야만 담보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법원은 수익자의 선의 여부를 판단할 때 배우자와 수익자의 관계(친족, 지인 여부), 실제 금전이 오고 간 금융거래내역의 존재, 거래가 이루어진 시기와 경위, 해당 부동산의 담보 가치 대비 대여금을 적정성 등 여러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엄격하게 심리합니다. 

 

4. 이해를 돕기 위한 구체적 사례 분석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가상의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남편 갑과 아내 을은 10년간 혼인 생활을 유지해 왔으나 지속적인 갈등으로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부부의 실질적인 유일한 재산은 남편 갑의 명의로 된 시가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뿐이었습니다. 아내 을이 이혼을 요구하며 재산분배를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남편 갑은 자신이 지급해야 할 몫을 줄일 목적으로 자신의 친동생인 병과 짜고 해당 아파트에 채권최고액 8억 원의 근저당권을 몰래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후 아내 을이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내 을은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친동생 병을 피고로 삼아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 친동생 병은 자신이 형인 갑에게 실제로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판례의 태도에 따라 병 스스로 선의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만약 병이 8억 원이라는 돈을 갑에게 송금한 은행 이체 내역을 제출하지 못하거나 ,이자 지급 명목의 거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법원읜 병의 주장을 배척하고 두 사람의 행위를 사해행위로 판단할 것입니다. 그 결과 병 명의의 근저당권 설정 등기는 말소되며, 아파트의 가치는 10억 원 그대로 유지되어 아내 을은 온전한 가치를 기준으로 정당한 비율의 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게 됩니다 .

 

반면, 낲면 갑이 친동생이 아닌 제1금융권 은행에서 정상적인 대출 심사를 거쳐 돈을 빌리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라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은행은 이혼 소송 중이라는 사실이나 상대방을 해할 의돌르 알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선의의 수익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경우에는 은행의 담보권을 취소할 수 없으며, 남편 갑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현금을 어디에 은닉했는지 혹은 어디에 소비했는지를 추적하여 그 현금 자체를 남편의 보유 재산으로 산입시키는 방식으로 법리를 구성해야 합니다. 

 

5. 원상회복의 방법 : 원물반환과 가액배상

 

부당한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 판결이 내려지면, 침해된 재산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원상회복 절차가 뒤따릅니다. 

 

가장 원칙적인 방법은 원물반환입니다. 앞선 사례처럼 부당하게 설정된 근저당권설정등기 자체를 말소하여 등기부를 깨끗한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 부동산은 제한물권이 없는 상태로 공동재산 목록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몰래 근저당권을 설정한 이후 그에 터 잡아 선의의 또 다른 제3자가 부동산을 매수해 버렸거나 ,이미 경매 절차가 진행되어 낙찰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버린 경우 등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등기를 말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가치만큼을 수익자가 현금으로 반환하도록 하는 가액배상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6. 소송 제기를 위한 엄격한 제척기간의 준수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요소가 바로 제척기간입니다. 제척기간이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정 기간으로, 이 기간이 하루라도 지나면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법원은 소를 각하해 버립니다. 

 

민법 제839조의3 제2항 및 제406조 제2항에 따라, 이 소송은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그리고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제기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취소 원인을 안 날이란 단순히 배우자가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사실만을 안 날이 아니라, 그 행위가 자신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침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까지 명확하게 인식한 날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부동산등기부를 열람하여 근저당권 설정 사실을 확인한 시점에 이를 알았다고 널리 추정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문제의 등기를 발견했다면 지체 없이 소송을 준비하는 것이 안정합니다. 

 

7. 선제적 방어 : 보전처분의 중요성

 

위와 같은 복잡한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기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은 배우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를 설정하기 전에 미리 묶어두는 것입니다. 이혼을 결심하거나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즉시, 상대방 명의의 부동산이나 예금, 주식 등에 대하여 가압류나 가처분과 같은 보전처분을 신청해야 합니다. 

 

가압류나 가처분이 등기부에 긍재되면, 상대방은 마음대로 그 재산을 팔거나 새로운 근저당권을 설정할 수 없게 됩니다. 설명 무리하게 근저당권을 설정하더라도 가압류권자인 배우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향후 승소 판결을 받았을 때 안전하게 자산의 몫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 논의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에서 선제적인 재산 파악과 보전처분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절차라 할 수 있습니다. 

 

8. 글을 맺으며

 

배우자가 이혼을 앞두고 치밀하게 재산을 은닉하거나 채무를 부풀리는 행위는 단순히 도덕적인 비난을 넘어, 상대방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는 중대한 침해 행위입니다. 만약 상대방의 부동산 등기부에서 의심스러운 근저당권 설정 내역이나 소유권 이전 내역을 발견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그것이 정당한 거래인지 아니면 허위로 조작된 거래인지를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철저히 분석해야 합니다.

 

재산 분배 분쟁은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고도의 법리적 지식과 증거 수집 능력이 요구되는 치열한 입증 책임의 무대입니다. 부당하게 설정된 담보권을 취소하고 온전한 재산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척기간을 엄수함과 동시에 수익자의 악의를 간접적으로 입증하고, 반박 논리를 세울 수 있는 치밀한 법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억울하게 자신의 기여도를 빼앗기지 않도록, 정확한 법률적 근거를 통해 정당한 몫을 끝까지 지켜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