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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평생을 바친 배우자의 헌신, 상속재산분할에서 기여분으로 인정받기 위한 구체적 요건

by 법무법인경국 가사팀 2026. 3. 27.

부부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살며 가정을 일구고, 어느 한쪽이 깊은 병에 걸렸을 때 곁에서 서로를 돌보는 것은 부부 사이의 당연한 도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평생을 의자하며 함께한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재산을 정리하는 시점이 도래하면, 이 당연하 도리는 종종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치열한 상속 분쟁의 불씨로 돌변하곤 합니다. 특히 고인이 과거 혼인관계에서 얻은 전혼 자녀들과, 오랫동안 고인의 병수발을 묵묵히 전담해 온 현재의 재혼 배우자 사이에서 상속재산분할을 둘러싼 갈등이 빈번합니다. 

 

홀로 남겨진 배우자는 자신의 청춘과 인생을 바친 희생의 대가로 남은 유산에서 자신의 몫을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이를 우리 민법에서는 기여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단순히 오랜 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며 간호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이 기여분을 쉽게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부부 사이에는 서로 동거하며 부양하고 협조해야 할 제1차 부양의무가 법적으로 부여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떠한 특별한 요건을 갖추어야 배우자의 눈물겨운 헌신이 기여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 이 시간에는 실제 가정법원에서 배우자의 기여분이 20퍼센트에서 최고 50퍼센트까지 폭넓게 인정되었던 세 가지 핵심 판례를 통해, 배우자 기여분의 구체적인 성립 요건을 치밀하게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1. 첫 번째 요건, 개인의 특유재산과 근로소득으로 상속재산을 직접 형성하고 유지한 경우(서울가정법원 2013느합100)

 

법원이 배우자의 기여분을 가장 확실하고도 강력하게 인정하는 요건은, 바로 피상속인의 재산을 형성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데 배우자 본인의 고유한 자금이 직접적으로 투입된 경우입니다. 부부의 공동생활 자금이 아니라, 온전히 헌신한 배우자의 개인적인 소득이나 퇴직금 등이 바탕이 되어 현재의 상속재산이 만들어지거나 유지되었다면 이는 통상적인 제1차 부양의무를 초과한 특별한 재산적 기여로 평가받게 됩니다. 

 

실제 서울가정법원의 심판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남편인 청구인은 피상속인인 아내와 1974년 혼인하여 아내가 사망할 때까지 무려 37년 동안 한집에서 생활했습니다. 피상속인인 아내는 전업주부로서 별다른 소득 활동을 하지 않았고, 남편은 혼인 전부터 27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한 뒤 퇴직 후에도 아파트 관리원으로 7년간 쉼 없이 일하며 가정의 생활비를 전담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건을 충족한 부분은 재산의 형성 과정이었습니다. 부부가 거주하며 유일한 상속재산으로 남겨진 다가구주택을 신축할 당시, 그 공사 비용은 남편이 수령한 퇴직금 약 7천만 원과 남편이 갚아나간 담보대출금 2천만 원으로 모두 충당되었습니다. 게다가 아내가 폐렴 등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사망하기 전까지 발생한 11천만 원 이상의 막대한 치료비 역시 남편이 홀로 감당해 냈으며, 반면 전남편 소생의 상대방 자녀들은 오랜 기간 어머니와 별다른 교류조차 없이 지내왔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남편이 부부 사이에 통상 기대되는 수준 이상으로 아내를 특별히 부양하였음은 물론, 유일한 상속재산을 취득하고 유지하는 데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판단하여 무려 50퍼센트라는 파격적인 비율의 기여분을 남편에게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배우자의 금전적 투입 출처가 명확하고 헌신의 정도가 높을 때, 법원이 얼마나 확고하게 남은 배우자의 생존권과 권리를 보호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준이 됩니다.

 

2. 두 번째 요건, 수십 년의 육체적 노동과 시댁 식구 봉양 등 일방적 희생이 수반된 경우(서울가정법원 2013느합241, 2014느합40)

 

거액의 현금을 직접 투입한 금융 내역이 없더라도, 육체적인 고된 노동과 시댁 식구들을 향한 무급 현신이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 역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기여분의 중요한 요건이 됩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부부가 함께 흙먼지를 마시며 일군 농지와 재산들은 부부 공동의 땀방울이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가정법원에서 다루어진 또 다른 분쟁 사례가 이러한 법리를 잘 증명해 줍니다. 아내인 상대방은 피상속인인 남편과 무려 63년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긴 세월 동안 혼인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혼인 초창기 남편이 5년 이상 군에 복무하는 동안, 아내는 홀로 시부모를 모시고 시동생들을 보살피는 막중한 짐을 감내했습니다. 나아가 아내는 남편이 제대한 후에도 평생 곁에서 함께 농사를 지으며 척박한 토지를 불하받아 상환을 완료하는 등, 피상속인 명의로 남겨진 재산의 대부분을 곁에서 일구고 형성하는 데 노동력을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사안에서 재판부는 아내의 63년에 걸친 희생과 재산 형성 과정을 단순한 아내로서의 내조로 가볍게 치부하지 않았습니다. 배우자 사이에 통상 기대되는 수준을 뛰어넘어 특별히 남편의 재산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하였다고 명확히 인정하며, 아내에게 상속재산의 20퍼센트에 해당하는 기여분을 인정하였습니다. 오랜 세월 묵묵히 흙을 일구며 가업과 가정을 지켜낸 무형의 육체적 노동 가치가, 법정에서 마침내 정당한 비율의 권리로 치환된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3. 세 번째 요건, 질병의 난이도와 경제 활동, 그리고 다른 상속인들의 철저한 부양 회피 정황(부산가정법원 2023느합200197)

 

배우자의 동거와 간호 행위가 특별한 기여분으로 인정받기 위한 또 다른 핵심 요건은, 배우자가 앓았던 질병의 중대성과 간병의 극심한 난이도, 그리고 전혼 자녀 등 다투는 상대방 상속인들이 피상속인과 철저히 단절되어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교 정황입니다. 

 

부산가정법원의 심판 사례를 보면 이 요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청구인인 아내는 남편과 2003년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혼인신고를 마쳤고, 남편이 사망할 때까지 약 20년 동안 동거하며 곁을 지켰습니다. 남편이 위암 수술을 받고 알코올 중독 증상까지 겹쳐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아내가 가사를 전담하는 것은 물론 남편을 대신해 고된 농사를 지으며 가정의 경제적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내는 사실혼을 시작한 무렵부터 약 16년 동안 시부모까지 직접 봉양하는 등 일방적인 헌신을 감내했습니다. 반면, 아버지의 유산을 나누어 달라고 나선 전처소생의 상대방 자녀들은 부모가 과거에 이혼한 이후 아버지가 사망할 때까지 거의 교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의 대조 속에서 아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아내가 가사를 전담하고 중증 질환의 병 치료와 간호를 도맡은 점, 시부모를 봉양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부부 공동재산을 함께 형성해 온 점, 그리고 자녀들의 부양 회피 사실을 모두 종합적으로 참작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부부간의 일차적 부양의무를 초과하여 아내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고 재산 유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판단하였고, 전체 상속재산의 20퍼센트를 아내의 고유한 기여분으로 확정해 주었습니다.

 

4. 맺음말

 

세 가지 하급심 심판 사례를 통해 심도 있게 확인한 바와 같이, 배우자의 기여분은 단순히 혼인 관계를 오래 유지했다는 가족관계증명서 한 장이나 눈물겨운 호소만으로 쉽게 얻어지는 권리가 결코 아닙니다.

 

피상속인의 재산을 증식하기 위해 투입된 개인적인 은행 거래 내역, 고된 투병 생활을 홀로 감당하며 지불한 의료비 결제 영수증, 그리고 시부모 봉양이나 가업 종사 등 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당신의 피땀 어린 흔적들이 촘촘하고 빈틈없이 엮여야만 비로소 재판부의 심증을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